“꽃나무가 흉물로…” 아파트 가지치기 갈등 해법은?
작성자 admin 등록일 2023.04.16 조회수 226

“동의없이 대거 잘라” vs “민원 들어와 입대의서 의결”
전문가 “저층세대 일조권 이해하고 의견 수렴 거쳐야”

대전 동구 모 아파트의 나뭇가지가 크게 잘려있다. [사진제공=입주민 A씨]
대전 동구 모 아파트의 나뭇가지가 크게 잘려있다. [사진제공=입주민 A씨]

꽃이 만개한 아파트의 벚나무와 목련이 대규모 가지치기로 앙상해지자 입주민들의 항의가 빗발쳤다.

대전 동구 아파트 입주민 A씨는 아파트 관리사무소가 꽃이 핀 벚나무와 목련 등 각종 나무의 가지들을 입주민 동의 없이 대거 베어냈다고 5일 제보했다.

◇ 입주민 A씨의 주장

A씨는 “아파트에 벚꽃과 목련꽃이 아름답게 피어있었는데 며칠 만에 나뭇가지가 흉측하게 잘려 있었다”며 “너무 놀라 다른 입주민들과 함께 관리사무소에 물어보니 ‘관리가 어려워 가지치기를 했다’는 답변이 돌아왔다”고 황당해했다. 

A씨는 “떨어지는 꽃잎을 치우기 힘들다는 이유로 이런 일을 벌였다고 볼 수밖에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또 느티나무, 진달래를 포함해 많은 나무들을 벌목 수준으로 가지치기를 하면서 입주민들의 동의도 받지 않았다는 점을 지적했다.

◇ 관리사무소의 반박

관리사무소는 A씨의 주장이 사실과 다르다며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이 아파트의 B관리사무소장은 “강전지는 느티나무 위주로 실시했고 벚나무는 꽃이 진 후에 전지하기로 해 창문을 가리는 나뭇가지 정도만 잘랐다”고 해명했다.

B소장은 “몇 년째 저층 세대에서 ‘나무가 햇빛을 가려 집안이 어두우니 전지 작업을 해 달라’는 민원이 들어왔다”며 “실제로 강전지 후 저층 세대 입주민들로부터 ‘햇빛이 잘 들어오고 눈이 시원해 좋다. 잘 잘랐다’는 말을 들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입대의 의결사항을 입주민들에게 공지하고 있는데 수목 전지에 대한 의결 내용을 확인하지 못한 입주민들이 관리사무소에서 동의 없이 작업을 했다고 오해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B소장에 따르면 지어진 지 16년이 지난 이 아파트는 조경을 위해 그동안 약한 가지치기 위주로 작업했다. 그 사이 나무가 아파트 5~6층 높이까지 자랐고 수형까지 망가졌다는 것. B소장은 “결국 입대의가 단지 내 나무들에 대한 전지작업을 하자는 결의를 했고 수목관리업체의 조언을 받아 작업을 추진했다”고 설명했다.

◇ 전지 갈등 해소 방안

김철응 월송나무병원 원장은 “나무병원을 운영하면서 수목 전지를 두고 이해관계가 충돌해 다투는 모습을 많이 봤다”고 안타까워했다. 그는 “이 아파트 나무 상태를 봐 2년 뒤면 다시 꽃을 볼 수 있을 것”이라면서도 아파트 관리사무소와 입대의, 입주민의 서로에 대한 이해와 소통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김 원장은 △고층 세대 입주민들은 저층 세대의 일조권에 대해 이해하고 △입대의는 입주민들의 의견을 수렴하는 과정을 거치며 △관리사무소는 입주민들에게 작업을 충분히 설명한 뒤 나무의 건강을 해치지 않는 정밀한 가지치기가 이뤄질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또한 김 원장은 나무 가지치기를 진행하더라도 나무의 생장, 수형, 개화 촉진을 위해 나무 특성에 맞게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 아파트 사례의 경우 전지 시기가 문제였다”며 “벚나무는 상처에 약해 약한 가지치기 위주로 작업하고 꽃이 떨어진 후 또는 휴면기(겨울)에 전지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꽃을 피우느라 영양분을 소진한 상태에서 가지치기를 하면 벚나무의 수세가 약해지고 건강을 회복하기까지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 김 원장은 수목별로 전지 시기, 전지 정도가 달라 수목 특성을 살핀 후 작업하라고 당부했다.

앞서 서울기술연구원은 “아파트 등 개인 사유지에서는 무차별적인 가지치기가 시행되고 있었다”며 나무 건강성 회복을 위해 두절형 가지치기와 같은 강전지를 피해야 한다고 밝혔다.

연구원은 전지 시 △나무 크기의 25% 이상 제거 금지 △두절 금지 △수목 크기 줄이려면 수관 축소 방법 시행 △죽은 가지, 부러진 가지 등 일반관리를 위한 수관 청소 방법 적용 △가지치기로 활력 잃은 수목에는 두절 회복 방법 시행을 제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