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리비 줄이라며 ‘의무화’는 늘리고…결국 “경비원 감축”
작성자 admin 등록일 2023.04.16 조회수 181

세대 내 소방시설 점검 인력 고용 위해 경비 2명 줄여
입주민이 직접 점검표 작성하는 방식으로 해결하기도

아파트에 세대 내 소방시설 점검 안내 현수막이 걸려 있다.
아파트에 세대 내 소방시설 점검 안내 현수막이 걸려 있다.

아파트에 ‘투명한 관리와 안전한 주거환경 조성’을 명분으로 한 법적 의무사항이 늘어나면서 아파트 부담이 커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 놓인 아파트들은 관리비 인상을 겁내 추가 직원 채용을 포기하고 기존직원들에게 업무를 떠맡기기 일쑤다. 의무사항 증가로 아파트 관리직원이 골병이 드는 구조가 돼버렸다. 

지난해 12월 1일 시행된 개정 소방시설법령에 따라 공동주택 세대 내 소방시설 점검이 의무화된 것이 한 사례다. 경기도의 두 아파트는 최근 각각 다른 방법으로 세대 내 점검을 진행했다.

▷입주민이 직접 점검= A아파트는 비용증가를 두려워해 점검인력을 늘리거나 소방업체에 외주를 주는 대신 입주민들에게 점검을 맡겼다. 관리사무소가 문자메시지를 통해 소방시설 외관 점검표를 공유하면 입주민이 직접 소화기 유무 등을 입력하는 방식이다. 지난 3월 세대 내 점검을 시작해 마감일을 며칠 앞둔 시점에 동별 점검률은 약 60%였다.

▷점검 직원 고용= B아파트는 기존 관리업무와 세대 내 소방시설 점검업무를 맡아서 할 직원을 채용했다. 대신 인건비 증가로 인한 관리비 인상을 막기 위해 경비원 2명을 감축시켰다. 새 직원은 올 초부터 세대 시설을 점검했고, 3월 말까지 10개 동 중 8개 동의 점검을 완료했다.

국민 안전을 확보하겠다는 개정법령의 취지를 고려하면 점검 직원을 고용한 B아파트의 사례가 모범으로 보인다. 하지만 세대 내 점검 의무 이행을 위해 경비원 2명은 일자리를 잃게 됐고 2명분의 경비업무는 남은 경비원들이 떠맡게 됐다.

B아파트 관리사무소장은 “정부는 어찌 됐든 관리비를 절감한 아파트를 모범이라고 바라보고 입주민도 관리비 인상에 민감하다”며 “입주민들의 관리비 민원이 발생하지 않도록 인건비를 유지하거나 줄이는 방법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국토교통부는 매년 발표하는 공동주택관리 정책 가운데 민생과 밀접한 관리비의 절감 정책을 가장 강조한다. 공동주택관리정보시스템(K-apt)을 통해 관리비 비교 서비스를 제공하고 메인 페이지에 ‘공용관리비 단가 낮은 단지 순위’를 공개할 정도다.

B아파트 소장은 “노후설비 개선비용 지원도 좋지만 관리종사자의 일자리와 노동환경에 피해가 가지 않도록 임금에 대한 지원정책이 간절하다”고 호소했다. 

다른 아파트 소장들도 “소방설비 외에 전기설비, 기계설비 등 각종 의무가 늘어나 관리비 절감에 대한 부담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고 한숨을 지었다.

이선미 대한주택관리사협회장은 “정부가 각종 의무를 아파트에 쏟아놓으면 관리인력이 한정된 아파트는 직원당 업무량을 점점 늘리거나 B아파트처럼 애꿎은 경비원을 인원감축 대상에 올리게 된다”고 지적했다. 이 협회장은 “아파트에 점검 의무를 늘릴 때 정부가 외주 비용을 지원해줄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