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격적인 한파가 시작되며 감기 환자가 늘고 있다. 문제는 감기 이후의 ‘후유증’이다. 보통 폐렴 같은 연관 질환을 생각하기 쉬운데, 감기 후 뜻밖의 관절 통증이 나타날 수 있다. 면역력이 떨어진 상태에서 관절에 바이러스가 침투해서 생기는 질환으로 감기나 폐렴을 앓은 후 관절이 아픈 경우가 있다. 기침이나 재치기를 하다가 몸이 들썩이면서 복압이 높아지고 척추에 무리가 가 급성 요통 등 뜻밖의 통증이 발생할 수도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어린이에게 보행이상과 불편 증상 및 통증이 나타날 경우 가장 흔하게 진단되는 것은 ‘일과성 활액막염’이다. 일명 ‘고관절 감기’라 불리는 일과성 활액막염은 성인에게는 드물지만, 10세 이하의 어린아이에게 흔하게 나타난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최근 3년(2015~2017년)간 일과성 활액막염 전체 환자 중 10세 이하가 약 57%를 차지[1]했다. 주로 3~8세 사이에 발병되는데, 여아보다 남아에게 자주 호발한다. 어린아이가 감기를 앓고 아무 이유 없이 갑자기 사타구니나 다리, 엉덩이 뼈 부위에 아픈 증상을 호소하면 의심해 볼 수 있다. 밤에 통증이 심해지는 경향이 일부 있으며, 심하면 다리를 절기도 한다. 일과성 활액막염이 의심되면 아이 다리를 바깥쪽으로 벌리거나 안쪽으로 돌릴 때 통증이 더 심해지는지, 한쪽 다리를 다른 쪽 다리에 겹쳐 ‘4자’ 모양으로 만들었을 때 통증이 유발되는지 관찰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일과성 활액막염은 특별한 치료 없이도 안정을 취하면 사라지는 경우가 많다. 목동힘찬병원 백지훈 원장(정형외과 전문의)은 “증상은 평균적으로 10일 정도 나타나고, 대부분 4주 이내에 자연적으로 사라지지만 비슷한 증상을 갖고 있는 다른 질환일 수 있기 때문에 전문의에게 적합한 치료를 받는 게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감기 환자 중 평소 허리가 약한 사람은 척추 건강 관리도 빠트려서는 안 된다. 기침이나 재채기를 하면 순간적으로 복부에 많은 압력이 가해지고, 복압 상승은 허리 근육을 수축시키면서 인대를 긴장시킬 수 있다. 척추뼈와 척추뼈 사이에서 외부 충격을 흡수해주는 역할을 하는 허리 디스크에도 압력이 전달된다. 디스크의 압력이 높아지면 순간적인 충격으로 디스크가 돌출되고, 돌출된 디스크가 주변의 신경을 자극하며 통증이 생길 수 있다. 평소 허리가 약하거나 허리 질환이 있는 사람이라면 틈날 때마다 허리 운동을 하며 척추가 경직되는 것을 막아야 한다. 재채기나 기침으로 인해 허리 통증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복압을 낮출 수 있는 자세를 미리 취하는 것이 요령이다. 앉아 있을 때는 무릎을 손으로 잡은 채 허리를 숙여주고, 서 있을 때는 손으로 벽이나 책상을 잡고 무릎을 굽혀줘야 한다. 누워 있는 상태라면 몸을 옆으로 구부린 자세가 도움이 된다. 감기 몸살 증상이 있으면 쉽게 독감을 의심하는데 허리까지 아프다면 ‘척추결핵’을 의심해봐야 한다. 증상이 비슷해 감기로 오인하고 조기 치료 시기를 놓치는 경우가 많은 만큼 주의가 요구된다. 척추결핵은 그 증상이 감기와 비슷하다. 초기에는 발열과 전신피로, 식욕부진, 체중 감소 등의 증상이 나타나 감기몸살로 오인할 가능성이 높다. 척추 결핵의 경우 허리 통증이 동반된다. 척추 자체나 주변 조직에 결핵균으로 인한 염증이 생기고 괴사돼 나타나는 증상이다. 심해지면 척추 신경 압박으로 해당 부위 아래쪽으로 저리거나 사방으로 뻗치는 듯한 통증이 발생한다. 결핵은 일반적으로 ‘폐결핵’을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결핵은 위장을 비롯해 뼈나 관절에도 발생할 수 있다. 호흡기를 통해 들어온 결핵균이 잠복해있다 면역력이 떨어진 순간 혈액이나 림프액을 타고 온 몸으로 퍼져 감염을 일으키기 때문이다. 척추결핵은 폐외결핵의 약 10%, 전체 결핵의 약 2% 정도를 차지하며 폐결핵 다음으로 환자가 많다. 척추는 많은 혈액이 통과하는 부위여서 혈액내 결핵균이 정착할 확률이 상대적으로 높기 때문이다. 폐외결핵은 폐에서 증식하던 결핵균이 혈액이나 림프액을 타고 몸 속의 다른 부위로 이동해 발생하는 질환이다. 척추결핵은 만성염증 질환이다. 최근 실내 중심의 생활패턴에 따른 운동부족 및 체력 저하, 불규칙한 식습관, 업무스트레스 등이 면역력을 떨어뜨려 젊은층에서 환자가 증가하는 추세다. 호흡기를 통해 들어온 결핵균이 폐나 주변 임파절에 숨어 있다가 척추관절에 파고 들면 염증이 생기고 허리 및 등 통증, 식욕부진, 미열, 전신피로, 식은땀, 체중감소, 저림, 방사통(신경조직을 따라 사방으로 퍼지는 통증) 등이 동반된다.
몸에 열이 있고 피로감이 드는 증상이 감기와 비슷해 진단 및 치료가 늦는 경우가 많다. 치료 시기를 놓치면 증상이 악화돼 척추가 변형되면서 등이 굽거나, 뼈가 괴사되면서 뼈 주변에 고름이 차기도 한다. 척추결핵은 증상이 서서히 진행되고 허리통증 외에는 별다른 증세가 없기 때문에 갑자기 심한 통증을 느껴 내원했을 때에는 이미 악화된 상태일 확률이 높다. 결핵균이 척추 추간판(디스크)과 뼈를 녹여 파괴하면 척추뼈가 서로 맞닿으면서 척추신경이 눌려 하반신이 마비될 수 있다. X-레이, 자기공명영상(MRI), 혈액검사 등으로 진단한다. 척추결핵 환자의 혈액을 검사하면 백혈구 수와 적혈구 침강속도(ESR)이 증가한 소견을 보인다. 컴퓨터단층촬영(CT)이나 MRI는 병변 주변 연부조직의 변화, 농양 유무, 결핵균의 척수 침범 여부 등을 파악하는 데 도움된다. CT보다 MRI가 병으로 인한 조직변화 범위와 진행 정도를 확인하는 데 유리해 임상 현장에서 선호된다. 영상검사로 조직의 병적인 변화가 확인되면 바늘을 찔러 넣어 조직을 채취하는 침생검이나 흡인수술적 방법으로 조직을 채취한다. 예전에는 결핵을 ‘불치의 병’으로 여겨 치료를 포기했지만 의학이 발전하면서 최근엔 오히려 너무 안이하게 대처하다 상태가 악화되는 경우가 적잖다. 척추결핵 초기에는 항결핵제를 이용한 약물치료를 9~12개월간 실시해 결핵균을 제거한다. 항결핵제는 폐결핵에 사용하는 것과 다르지 않으며 치료 성공률은 70% 이상이다. 폐결핵보다 더 오랜 기간 동안 약을 투여하는 게 권장된다. 다만 다량의 약제를 장기간 복용해야 하고 복용 시 소화장애, 복통 등 부작용이 생겨 복용을 환자 임의로 중단하는 사례가 많다. 이런 경우 약물치료에 내성이 생겨 효과가 적고 부작용이 많은 2차약을 장기 투여해야 하므로 환자의 부담이 가중된다. 척추결핵은 조기에 발견하면 약물요법 등으로 쉽게 치료할 수 있어 크게 걱정할 필요가 없다. 하지만 초기 치료를 놓쳐 염증이 심해지거나, 척추가 변형되거나, 디스크와 척추 뼈의 괴사가 발생해 하반신 마비가 시작된 경우라면 하루 빨리 수술받는 게 바람직하다. 질환 초기가 지나면 척추뼈는 물론 주변 조직에도 고름주머니가 생긴 경우가 많아 허리나 등이 아닌 가슴과 배쪽에서 수술이 이뤄진다. 수술 부위가 앞 쪽이면 등 쪽보다 수술 난이도가 높으므로 집도의의 임상 경험이 예후에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 척추결핵을 비롯한 결핵균 감염을 예방하려면 평소 충분한 영양섭취와 정기적인 운동으로 면역력을 높이는 게 중요하다. 자외선 살균효과로 탁 트인 외부 공간에는 결핵균이 없으므로 실내 공기를 자주 환기시킨다. 결핵약 복용 후 2주 이내인 환자와는 접촉을 피하도록 한다. 결핵 예방주사인 BCG(Bacillus Calmette-Guerin)는 생후 한 달 만에 맞는 것으로 작은 흉터를 남길 뿐 부작용은 적다. 결핵 발병률이 비교적 높은 국내 사정 상 반드시 접종해야 한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BCG를 접종할 경우 결핵을 53~74%까지 예방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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