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비원 휴게시간 ‘법’은 있어도 ‘배려’는 없다
작성자 admin 등록일 2020.10.16 조회수 318

올해 공동주택 관리현장 최대의 이슈는 단연 ‘경비원’이었다. 연초 경찰청이 주택관리업자 직고용 경비원에 대해 경비업법을 적용하는 내용의 행정계고를 하면서 경비원 업무범위에 대한 논란이 일었고, 이어 지난 5월 서울 강북구 아파트의 경비원이 입주민의 폭행 등을 견디다 못해 자살에 이르면서 또 한 번 경비원의 근로환경과 근로형태가 화두에 올랐다. 
이에 관한 법원 판결도 잇따랐다. 특히 고용노동부로부터 승인을 얻어 근로시간·휴게·휴일 규정의 적용을 제외 받는(이하 적용 제외 승인) ‘감시적 근로자’에 관한 판결이 다수 나왔다. 
감시적 근로자 승인제도와 관련한 최근 판결들의 주요 쟁점은 ‘경비 외 업무’ 수행이었다. 주 업무에 부수한 것을 넘어 겸직 수준에 이르렀는지 여부가 핵심. 
근로감독관집무규정 제68조 제1항 제2호에서 ‘불규칙적으로 단시간 동안 타 업무를 수행하는 경우’까지는 허용하고 있는 점에 비춰, 법원은 실제 경비원이 수행한 업무 강도와 종사 시간 등을 개별적으로 판단하고 있다.
올해 6월 수원지법 제1행정부(재판장 김영학 부장판사)는 관할관청의 ‘감시적 근로자 적용제외 승인 취소처분’을 취소해 달라는 경기 수원시 A아파트 입대의의 청구를 받아들였다. 감시적 근로자 적용제외 승인을 유지해야 한다는 것. 
재판부는 “경비원들이 차량 진출입 안내, 방문차량 및 불법주차 차량 확인 등의 업무를 처리한 사실은 인정되나 아파트 경비원의 경비업무는 본질상 순찰을 돌고 출입객을 통제하는 등 근무지역 내 위험요소가 없는지 확인하고 안전을 확보하는 일도 수반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 같은 부수적 업무도 경비원이 통상 수행하는 감시적 업무의 일환으로 판단된다”면서 “주차장 정산소 직원과 거의 비슷한 수준으로 하루의 상당시간을 주차요금 징수업무에 할애하는 등 겸직했다고 볼 만한 사정도 없다”며 경기지청의 취소처분이 위법하다고 판단했다. 
올해 1월에도 이와 비슷한 취지의 판결이 나온 바 있다. 
감시적 근로자임에도 다수의 경비 외 업무들을 수행했다며 B아파트 입대의를 상대로 임금청구소송을 제기한 경비원에 대해 부산지법 제1민사부(재판장 김정도 부장판사)는 “미화원이 별도로 존재해 경비원이 한 청소의 수준은 간단히 쓰레기를 치우는 단순 업무에 불과한 점, 입주민 요구로 이중주차 차량을 밀어준 횟수는 1일 평균 1~2대 및 소요시간 10분 정도인 점, 2018년 경비원 업무일지에 매일 일정 시간 청소하고 분리수거장을 정리했다고 기재돼 있으나 이것만으로는 별도 청소업무의 겸직 또는 반복적 수행임을 인정하기에 부족한 점, 위 업무들을 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불이익을 받았다거나 관리사무소장이 위 업무들을 겸직토록 지시했다는 객관적·구체적 자료가 없는 점에 비춰 경비 외 업무가 반복적 수행이나 겸직에 이르지 않았다”며 경비원의 주장을 배척했다. 
반면 경비 외 업무의 ‘금지’를 주문하며 타 업무 겸직을 엄격하게 해석한 판결도 있었다.
올해 2월 수원지법 제3행정부(재판장 이상훈 부장판사)는 아파트 감시적 근로자를 경비 외 업무에 종사토록 해 관할 지방경찰청장으로부터 경비업 허가 취소 처분을 받은 C경비업체에 대해 ‘경비업 허가 취소처분은 적법하다’는 취지의 판결을 내렸다. 
현행 경비업법상 경비업무를 도급받아 수행하는 경비업자는 소속 경비원을 경비 외 업무에 종사하지 못하도록 조치해야 하는 데 따른 판단이었다. (경비업법 제7조 제5항, 제19조 제1항 제2호)
재판부는 “택배관리, 제초·전지작업 보조, 쓰레기 분리수거 등의 업무는 위험 발생 방지와는 아무 관련이 없으므로 시설경비업무 내지 그에 부수한 업무로 볼 수 없다”고 명확히 했다.
해당 판결이 경비업법의 적용을 받는 경비도급업체의 행위에 관한 판단으로서 감시적 근로자의 경비 외 업무 종사에 관한 구체적 판단이 아닌 점을 고려하면, 법원의 대체적인 태도는 공동주택 내 감시적 근로자의 특수성을 어느 정도 감안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13일에는 서울 강남구 D아파트가 경비업무를 자치관리에서 위탁관리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경비원들을 해고한 것과 관련한 항소심 판결(서울고등법원 제7행정부)이 있었는데, 판결의 쟁점이었던 ‘경영상 긴박성’(전환의 불가피성)의 입증 사유 중 하나로 입대의가 공동주택관리법 개정(경비업무 외 부당 지시 및 명령 금지 조항 신설)을 주장하기도 했다. 
재판부는 경영상 긴박성을 인정하며 입대의 승소 판결을 내렸다. 경비 외 업무 금지에 따른 아파트의 경영 부담 증가, 입주자들의 서비스 만족도 저하 등의 사정을 참작한 것이다.
< 제1189호 관련 기사 2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