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년 함께한 직원 암 투병… 내 가족 일 같더라”
작성자 admin 등록일 2021.03.04 조회수 710

아파트 입주민들의 관리 종사자들에 대한 폭언, 폭행, 부당해고 등 갑질과 대비되며 훈훈한 이웃의 정을 느낄 수 있는 장면이 한 아파트에서 그려졌다.

400여 세대로 이뤄진 경기 용인시 상현마을 금호베스트빌2단지아파트(관리사무소장 최성웅, ()진흥관리시스템)가 그 주인공. 이 아파트 입주민들이 암 투병 중인 전직 설비과장을 위해 상당한 치료비를 모아 화제가 되고 있다.

자발적 모금에 발 벗고 나선 이 아파트 박종후 입주자대표회의 회장과 이혜경 통장, 최성웅 관리사무소장 및 직원들은 모인 성금을 보고 깜짝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지난해 1월부터 시작된 모금이 한 달도 안 돼 1,000만원 넘게 모인 것이다.

모금이 시작된 것은 지난 18년간 이 아파트 설비과장으로 최선을 다해 헌신해온 김정묵 설비과장이 암에 걸려 일을 그만두고 아파트를 떠난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부터다. 김 과장은 아파트에서 일명 해결사로 통했다. 전기, 누수 등 전문가로 실력을 갖춘 것은 물론이고 평소 묵묵히 책임감 있게 일해왔고 오랫동안 아파트에서 근무해 단지 곳곳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직원이었다고 모두가 회상한다.

이런 김 과장이 어려운 가정형편에 암 투병까지 감당하며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다는 소식을 전해 들은 입대의는 그 즉시 단지 곳곳에 김 과장의 소식을 전달하기 시작했다. 김 과장의 현재 상황과 계좌번호가 적힌 전단지가 아파트 곳곳에 게시됐고, 혹여 참여하고 싶어도 못하는 어르신들이나 상황을 알지 못하는 입주민들의 독려를 위해 이혜경 통장과 직원들은 6개동 11개 라인을 일일이 방문해 모금활동을 알렸고, 이 과정에서 모인 금액만 400여 만원 가까이 됐다.

현재 식도암 4기 판정을 받고 투병 중인 김 과장은 지난해 갑자기 찾아온 통증으로 뒤늦게 암을 발견하고 오랫동안 몸 담은 아파트를 떠날 수밖에 없었다.

김 과장은 혹여 입주민들이나 동료들에게 피해가 될까 지난해 말 일을 그만뒀다아파트에서 모금이 시작됐다는 소식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고 말한다. 용돈을 쪼갠 학생들부터 큰 금액을 선뜻 건넨 익명의 입주민들까지 순식간에 600여 만원이 김 과장의 계좌에 모였다.

이에 더해 회복을 기원하는 따뜻한 메시지와 반드시 다시 만나자’, ‘꼭 이겨내세요등 진심 어린 메시지를 받은 김 과장은 오랫동안 함께해온 동료들과 입주민들, 또 최근에 이사와 얼굴도 모르는 입주민들부터 어린 학생들까지, 따뜻한 마음을 보내주는 이들에게 말로 표현하지 못할 만큼 감사할 따름이라며 잘 나오지도 않는 쉰 목소리로 힘겹게 감사 인사를 전했다.

아파트에 좋지 않은 소식만 전해지는 요즘 따뜻하고 살기 좋은 아파트도 있다는 것을 알리고 싶어 언론사에 직접 제보도 했다면서 완쾌해서 직접 아파트를 찾아 한 분 한 분 감사를 전했으면 좋겠는데 그러지는 못할 것 같다다시 일하지 못하더라도라며 목이 메여 울먹이는 목소리로 심경을 전하는 김 과장.

이 아파트 박종후 입대의 회장은 코로나로 모두가 힘든 시기임에도 이렇게 하나의 마음으로 적극 참여해줬다는 사실에 너무 감동스러웠다면서 이번 모금은 입주민, 관리사무소, 반장 등 우리 모두가 이뤄낸 것으로 이번 일을 계기로 김 과장을 비롯해 입주민 모두가 힘을 얻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어 입대의 역시 더욱더 나아갈 수 있는 힘을 얻게 됐고 앞으로도 관리주체와 함께 갑질 없는, 상생하는 아파트로 모두에게 귀감이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세대를 방문해 모금을 진행한 이혜경 통장은 많은 입주민들이 자발적으로 모금에 동참해줘 놀랍고 감사할 따름이라면서 가족처럼 지낸 관리직원을 작게나마 돕고 싶다는 생각으로 시작한 일이 오히려 이웃 간의 훈훈한 정을 확인할 수 있고 우리 아파트가 살기 좋은 아파트라는 것을 알 수 있는 계기가 돼 얻은 것이 더 많다고 소회를 전했다.

최성웅 소장은 요즘 관리현장에서의 갑질과 각종 우울한 소식에 지쳐 있었는데 직원을 위해 그냥 지나치지 않고 모두가 한마음으로 동참해준 덕분에 모든 면에서 분위기를 바꾸는 원동력이 됐다김 과장이 희망을 잃지 않고 건강을 회복해 아파트로 돌아오길 바란다고 기원했다.

자신이 아파트에 피해를 줄까 조용히 퇴직한 김 과장, 아픈 동료를 살뜰히 챙긴 관리주체와 직원들, 이런 소식을 전해 듣고 적극적으로 모금활동을 진행한 입대의와 통반장, 따뜻한 마음으로 김 과장에게 희망을 전한 입주민들. 서로가 서로를 응원하고 공로를 돌리는 이들이 있기에 세상은 아직 살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