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차장 출입금지’ 입대의 결정에도 세차영업 ‘건조물침입죄’
작성자 admin 등록일 2021.03.04 조회수 229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가 세차업자의 지하주차장 출입을 금지하고, 법원이 출입금지 가처분 인용 결정을 했음에도 세차업자가 주차장에 들어간 경우 ‘건조물침입죄’가 성립한다는 대법원 판례가 나왔다. 이때 세차업자가 일부 입주민의 승낙을 받고 주차장에 들어갔더라도 개별 입주민이 주차장에 대해 갖는 본질적인 권리가 침해됐다고 볼 수 없어 건조물침입죄 성립에는 영향이 없다는 것이 법원의 판단이다.


대법원 제2부(주심 박상옥 대법관)는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가 검사 측 항소로 2017년 11월경 진행된 2심에서 ‘100만원의 벌금형 선고유예’를 받은 세차업자 A씨에 대해 최근 ‘건조물침입죄가 성립한다’며 2심과 마찬가지로 유죄를 인정했다.

A씨는 2009년경부터 서울 송파구 모 아파트 입대의로부터 단지 내 지하주차장에서 입주민을 위한 세차영업을 할 수 있도록 허락받은 후 관리사무소와 방문세차계약을 체결, 보증금과 월 사용료를 지급했으며, 일부 입주민들과는 별도로 세차용역계약을 체결하고 세차영업을 해왔다. 이후 방문세차계약이 종료하자 입대의는 공개입찰을 진행했고 2회 유찰에 따라 2015년 11월경 수의계약으로 B씨 및 C씨와 보증금 1,000만원, 월 사용료 80만원에 방문세차계약을 체결했다.


하지만 A씨가 아파트와의 방문세차계약이 종료했음에도 별도로 입대의 승낙을 받지 않은 채 일부 입주민과 체결한 세차용역계약에 따라 계속 세차영업을 하자 입대의는 A씨에 대해 법원에 주차장 출입금지 가처분을 신청했고, 그 결과 법원은 2016년 8월경 ‘주차장에 세차영업을 위해 출입해서는 안 된다는 취지의 출입금지 가처분 인용 결정을 내린 바 있다. <관련기사 본지 제993호 2016년 9월 21일자 게재>


그럼에도 불구하고 A씨는 법원의 출입금지 가처분 결정 이후에도 아파트 주차장에 들어가 세차용역계약을 체결한 일부 입주민의 차량을 세차했고, 이로 인해 건조물침입죄로 기소됐다.


이와 관련해 1심 법원은 2017년 8월경 A씨에게 무죄를 선고했었다. 아파트 입대의가 입주자들로부터 관리권한을 위임받아 주차장의 관리권을 갖고 있기는 하나 그러한 관리권이 입주자의 명시적 의사에 반하는 범위까지 미친다고 볼 수는 없다고 본 것이다.


1심 법원은 “입주자들이 입대의에 위임하는 관리권한은 개별 입주자들이 개별 사안에서 동의 여부가 불분명하거나 시간적·장소적 제약으로 의사 표명이 어려운 사안, 보일러실이나 기계실과 같이 전문적인 관리가 필요한 사안에 한정된다고 봐야 한다”면서 “입주자가 개별적으로 출입을 명시적으로 동의한 사람에 대해서도 입대의가 그 출입 여부를 결정할 관리권이 있다고 볼 수는 없다”고 선을 그었었다.


그러면서 “만약 입대의가 그러한 배타적 관리권을 갖고 있다고 해석할 경우 개별 입주자가 출입을 허용한 친척, 음식배달원, 지인들의 출입 여부까지도 입대의에 의해 문제될 수 있고, 입대의 결정에 위반한 경우 모두 형사적 사건으로 처리돼야 한다는 일반 상식에 반하는 결과에 도달하게 된다”고 우려를 표했었다.


그러나 이 같은 판단은 2심서 뒤집혔다. 2심 법원은 “A씨가 아파트 주차장에 들어간 행위는 A씨와 세차계약을 체결하지 않은 다른 공동 주거권자들의 의사에 직접적으로 반하는 것으로서 주거권자들의 주거의 자유와 평온을 해치는 것에 해당한다”고 봤다.

용부분 관리에 관한 사항을 의결할 권한을 갖는 입대의가 주차장에서의 세차용역 허용 여부, 용역업체의 제한 등을 의결한다고 해도 입주민들의 공용부분 사용에 관한 권리를 권한 없이 침해한 것이라 할 수 없다는 것이다. 입대의 관리를 받지 않는 세차업자들이 주차장에 임의로 드나들 경우 각종 도난사고, 안전사고 등의 위험이 높아지고, 외부인이 지하주차장의 엘리베이터를 통해 입주민들이 거주하는 공간까지 쉽게 접근할 경우 입주민 안전에 위험이 초래될 수도 있다는 점을 지적하기도 했다.


상고심 판결 역시 2심과 다르지 않았다. 대법원 재판부는 “입대의는 구 주택법 또는 공동주택관리법에 따라 구성되는 공동주택의 자치의결기구로서 공동주택의 입주자 등을 대표해 공동주택 관리에 관한 주요사항을 결정할 수 있고, 개별 입주자 등은 원활할 공동생활을 유지하기 위해 공동주택에서의 본질적인 권리가 침해되지 않는 한 입대의가 결정한 공동주택 관리에 관한 사항을 따를 의무가 있다”면서 “‘단지 안의 주차장 유지 및 운영에 관한 사항’도 포함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입대의가 입주자 등이 아닌 자 즉 외부인의 단지 안 주차장에 대한 출입을 금지하는 결정을 하고 그 사실을 외부인에게 통보했음에도 외부인이 입대의 결정에 반해 주차장에 들어갔다면, 출입 당시 관리자로부터 구체적인 제지를 받지 않았더라도 그 주차장의 관리권자인 입대의 의사에 반해 들어간 것이므로 건조물침입죄가 성립한다”고 판시했다.


또 “설령 외부인이 일부 입주자 등의 승낙을 받고 단지 안의 주차장에 들어갔더라도 개별 입주자 등은 그 주차장에 대한 본질적인 권리가 침해되지 않는 한 입대의의 단지 안의 주차장 관리에 관한 결정에 따를 의무가 있으므로 건조물침입죄의 성립에 영향이 없다”고 부연했다.

재판부는 이로써 A씨의 상고를 기각, 유죄 판결을 그대로 확정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