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억대 부촌이 연쇄 절도에 뚫렸다…복도식 아파트 비밀
작성자 admin 등록일 2022.04.18 조회수 464

지난달 10~18일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의 아파트 단지 2곳에서 총 7차례에 걸친 특수강도·절도 사건이 발생했다. 도둑은 현금 4000만원, 명품·귀금속 1억8000만원 등 총 2억2000만원 어치를 훔쳤다. 한집당 3000만원꼴의 금품을 도난당한 셈이다.

피해를 본 아파트는 매매가 30억원이 넘는 국내 대표 부촌으로 꼽힌다. “근래 관내에서 보기 드문 사건”(경찰)이라는데, 절도 행각 등을 벌인 40대 김모(구속)씨는 9일 동안 어떻게 사람 눈을 피하며 고가 아파트단지를 털 수 있었던 것일까. 그 과정을 따라가 봤다.

경찰에 따르면 절도범 김씨가 범행을 저지른 아파트는 모두 복도식 아파트다. 복도식 아파트는 한 동에 사는 거주자들이 계단식 아파트보다는 상대적으로 많다는 특징이 있다.

   범행이 일어난 아파트 한 곳을 1일 찾았더니 외부인 출입이 그리 어렵지 않았다. 이곳에서 2년 넘게 살았다는 한 40대 주부는 “‘외부인 출입금지’라는 안내문이 붙어있지만, 맘만 먹으면 아무나 드나들 수 있다”고 말했다. 이 아파트는 사방이 트여있고, 인근 파출소와 400m 거리 안에 있다. 김씨가 복도 쪽 창문을 통해 집 안으로 침입하려고 할 때 보는 눈을 피하기 어려운 환경인 셈이다.

   그런데도 단기간에 7곳이나 침입해 범행을 저질렀다. 인근 상가에서 인테리어업을 하는 한 상인은 “복도식 아파트 특성상 한 층에 사는 사람이 너무 많아 밖에서 뭘 하고 있는지 잘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아파트단지 관계자도 “오가는 사람이 워낙 많다 보니 이들의 행동 하나하나를 다 살피기엔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있다”고 했다. 결국 많은 세대가 모여 사는 복도식 아파트 구조가 범행 취약점으로 드러난 것이다.

주민 등은 서울 도심 한복판에서 일어난 연쇄 절도 사건에 놀라움을 감추지 않았다. 인근에서 부동산을 30년 넘게 운영해온 공인중개사 A씨는 “이 동네에서 일어난 일이라고 믿을 수 없어서 여러 번 물어봤다”고 말했다. 아파트 관리사무소 측에는 순찰 강화 등과 같은 주민들의 주문이 잇따르고 있다고 한다.

  낮 시간대만 털었다…도피도 치밀  

   김씨는 아파트 복도에 있는 방범창을 뜯고 집 안으로 들어가 범행을 벌인 것으로 조사됐다. 집이 비어있는 낮 시간대가 주 범행시간대였다. 범행 후에는 옷과 신발을 바로 바꾸는 치밀함도 보였다.

   김씨를 붙잡는 과정도 난관이 많았다. 아파트 단지가 커 오가는 사람은 많지만, 폐쇄회로TV(CCTV) 수가 적어 범인 특정 단계부터 쉽지 않았다고 한다. 김씨는 경찰 추적을 따돌리기 위해 현금으로 교통수단을 이용했다. 휴대전화 전원을 수시로 끄기도 했다고 경찰은 전했다.

   그러던 김씨는 훔친 명품을 팔려다가 위치를 경찰에 들켰다. 결국 지난달 19일 강남 한 횡단보도 앞에서 긴급체포됐다고 한다. 절도 관련 전과가 여러 건 있는 김씨는 경찰에서 “생활비를 마련하려고 부자가 많은 강남을 골랐다”고 진술했다. 그는 특수강도 및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절도) 혐의로 지난달 21일 구속됐다.

  “형사과 협업으로 검거”  서울 강남경찰서. 연합뉴스

        이번 사건은 서울 강남경찰서 형사과가 1과·2과로 나눠진 후 서장 지휘로 마치 하나처럼 협업해 강력사건을 해결한 첫 사례라고 경찰은 밝혔다. 인원 부족 등을 이유로 형사과 형사 전원이 투입된 사건이라고 한다. 경찰 관계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과 CCTV 분석 등 여러 어려움이 있었지만, 형사과가 한팀처럼 긴밀하게 움직여 범인을 검거했다”고 말했다.

채혜선 기자 chae.hyeseo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