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10개 아파트 유지보수 입찰담합업체에 무더기 제재
작성자 admin 등록일 2022.07.20 조회수 301

공정거래위원회가 아파트 유지보수 사업자 선정과정에서의 담합에 대한 제재에 나섰다.


국내 최대아파트(9510세대)인 송파 헬리오시티아파트의 출입보안시설 설치공사 등 3건의 아파트 발주 공사·용역사업자 선정 입찰에서 낙찰예정자·들러리·투찰가격을 담합한 (주)아파트너·(주)슈프리마·아람에너지(주) 등 10개 사업자에 대해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 총 1900만원을 부과했다.


우리나라는 전체 주택의 약 62%가 아파트다. 전체 국민의 약 50%가 아파트에 거주하고 있다 보니 아파트의 노후화와 커뮤니티센터 등 편의시설 확충에 따라 관리비와 APT 발주 공사·용역 계약 규모도 증가추세다.


지난해 공동주택 관리비 규모는 22조9000억원이며, 발주 공사·용역계약 규모는 7조7000억원에 달한다.


이처럼 공사·용역계약 규모가 커짐에 따라 아파트 입주민들 간 사업자 선정과정·사업비 적정성에 관한 불신과 갈등이 지속되고 있다. 지난해 6월 공정위 민수입찰담합조사팀 출범 이후접수된 국민신문고 민원 중 APT 유지보수 관련 건이 60%에 이르는 상황이다.


공정위는 올 3월 아파트 발주 공사·용역 입찰담합에 대한 집중 현장조사를 실시해, 일부 업체들의 법 위반 사실 및 업계의 실태를 확인했다.


업계실태를 조사한 결과, 아파트 발주 공사·용역 입찰담합은 입찰참여업체 간의 수평적 들러리 합의와 발주처(입주자대표회의·관리사무소)와 특정업체 간의 수직적 유착관계가 중첩적으로 발생한다는 특징을 보였다.


이번 송파 헬리오시티아파트 출입보안 시설 설치 입찰담합 건은 아파트너와 슈프리마가 2019년과 2020년에 헬리오시티아파트가 발주한 ‘출입보안 시설 납품 및 설치업체 선정’ 입찰에 참여하면서 아파트너를 낙찰예정자로, 슈프리마를 들러리로 합의하고 이를 실행했다.


새 아파트가 초기에 발주한 공사에서는 담합을 하면서도 낮은 금액을 투찰하고 낙찰받아 자사의 제품을 설치한 후, 이 발주된 추가 공사에서 담합없이 참여하면서도 선행 공사로 얻은 기득권을 이용해 부당한 이익을 취하는 수법을 썼다.


업체 간 입찰담합과 발주처와 특정업체간 유착이 결합된 모습 ⓒ공정위업체 간 입찰담합과 발주처와 특정업체간 유착이 결합된 모습 ⓒ공정위

2019년 12월과 2020년 10월에는 ‘안면인식기 등 납품 및 설치업체 선정 입찰’을 진행했는데, 아파트너는 업무파트너인 슈프리마에게 들러리 참여를 요청했고 낙찰자로 선정됐다. 이후 이들은 추가설치 입찰에 참여하지 않아 새로운 업체가 선정됐지만 낙찰업체가 안면인식기를 설치하기 위해서는 기존 등록된 입주민 정보와의 연동작업이 필요한 점을 이용했다.


기존 설치업체인 아파트너가 협조를 거부하면서 공사는 진행되지 못했고 결국 2021년 1월에 입찰을 재공고하는 과정에서 아파트 관리사무소가 ‘낙찰업체는 연동작업에 대한 기술지원비 명목으로 2500만원을 아파트너에게 지급해야 한다’는 내용의 ‘제품공급 및 기술지원협약서’를 체결했지만 아파트너는 정보통신공사업자 등록이 돼 있지 않아 입찰참가자격이 없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제3의 업체가 낙찰자로 선정됐다.


결과적으로 아파트너는 이 낙찰업체와 하도급계약(계약금액 3950만원)을 맺고 실제 공사를 수행하게 됐고, 2020년 11월 입찰 시 3690만원으로 낙찰된 공사가 4346만원의 금액으로 시행되는 등 입주자 입장에서는 불합리한 금액에 따른 손실을 보게 된 것이다.


공정위는 아파트 발주 입찰의 경우 민간입찰이지만 비용 부담주체인 입주민과 계약주체인 입대의·관리사무소 등으로 달라, 입주민이 자신의 피해를 인식하기 어려운 만큼 입찰 담합에 대한 제재를 강화해야 한다는 방침이다.


이에 공정위는 담합에 가담한 2개 사업자에 대해 시정명령과 함께 총 70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를 결정했다.


이외에도 아파트 열병합발전기 정비공사 입찰담합 건에서는 아람에너지와 에너세이버·에너지원이 2018년 4월부터 2021년 11월까지 인천 만수주공4단지아파트 등이 발주한 9건의 ‘열병합발전기 정비공사 입찰’에 참가하면서 사전에 낙찰예정자·들러리·투찰가격 등을 합의하고 이를 실행했다.


이들의 합의내용에 따라 담합이 실행된 결과, 9건 모두 아람에너지가 낙찰자 또는 유찰 후 수의계약자로 선정돼 총 약 7억5000만원 규모의 계약을 체결했다.


공정위는 담합에 가담한 3개 사업자 중 낙찰받은 아람에너지 대해 시정명령과 함께 120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하고 나머지 업체들에 대해서는 경고처분 결정을 내렸다.


아파트 단지 내에서 주 1회 식품 및 과일 등을 판매하는 시장과 관련된 입찰에서도 답합이 이뤄졌다.


부부농산·새벽유통·에프앤비물산·한울타리이벤트·청원은 2021년 6월 2일 청주 리버파크자이아파트가 발주한 ‘알뜰장터운영업체 선정’ 입찰에 참가하면서 사전에 낙찰예정자·들러리·투찰가격을 합의한 것으로 조사됐다.


알뜰장터운영업체 선정 입찰은 공사·용역 입찰과 반대로 아파트 측이 임대료를 받는 것으로 낙찰자로 선정되기 위해서는 최고가로 투찰해야 하는데, 담합은 한울타리이벤트와 청원이 해당 아파트 알뜰장터를 운영하기 위해 각각 친분이 있는 에프앤비물산과 부부농산을 끌어들이면서 시작됐다.


이들은 입찰가를 사전에 협의했고 들러리 업체들에게 낙찰 후 현금을 지급하기로 약속하는 등 담합했지만 합의에 가담하지 않은 제3의 업체가 1300만원을 더 높게 투찰해 합의대로 사업자가 선정되지는 못했다.


공정위는 부부농산 등 5개 사업자에게 시정명령을 내렸고, 대부분 업체들이 연 매출 10억원 이하의 소규모사업자여서 과징금은 따로 부과하지 않았다.


만연된 담합행위에 공정위·국토부 합동조사, 제도개선 방안 마련

공정위는 이번 조사 과정에서 현행 사업자 선정제도의 실태와 부정행위 감시체계의 개선점을 파악, 공동주택 주무부처인 국토교통부와 함께 입찰참가제한 조치의 실효적 작동, 정례적인 합동조사 등 제도개선 방안을 마련했다.


우선 제도적인 실효성을 위해 현행 규정상 공정위로부터 과징금 처분을 받은 입찰담합업체는 6개월간 입찰에 참여할 수 없는데, 사업자 선정과정에서 이를 확인하는 절차가 없는 것을 개선, 국토부는 입찰서류에 ‘공정위로부터 과징금 처분을 받은 사실 유무 확인서’를 포함시켜 사업자 선정 시 입찰담합업체 여부를 확인하는 절차를 마련키로 했다.


각기 실시하던 조사는 합동조사로 전환, 일회성 조사에서 벗어나 매년 3·10월 정례화하고, 입찰방해·배임죄 혐의가 확인된 경우는 경찰에 수사의뢰 한다는 방침이다.


또한 주택관리업자의 이해상충 문제를 예방하기 위해 주택관리업자와 투찰업체가 계열관계나 특수관계인 경우 입찰서류에 명시토록 사업자선정지침을 개정키로 했다. 계열사의 입찰 참여를 금지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려운 대신 계열사라는 사실을 입주민에게 알려주는 방향으로 개선된다.


특히 국토부는 입주민 스스로 공사비용 등의 적정성을 판단하고 부정행위를 감시할 수 있도록 공동주택관리정보시스템(www.k-apt.go.kr)에 유사한 아파트 간 낙찰가 비교 검색 기능을 추진키로 했다.


입찰참가 업체의 입찰기록을 검색할 수 있게 만들어 입주민이 자신의 아파트의 공사비가 적정한지 판단할 기초자료로 활용할 수 있게 한다는 계획이다.


공정위 관계자는 “개선안대로 입찰참여제한 조치가 실효적으로 작동하고, 입주민에게 스스로 부정행위를 감시할 수 있는 기초자료가 충분히 제공된다면 향후 입찰담합뿐 아니라 사업자 선정과정에서의 부정행위를 예방하고 관리비의 부당한 인상을 막는데 기여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공정위와 국토부는 10월에 합동조사를 실시하고, 연말까지 사업자 선정지침 개정 등 제도개선을 추진하는 등 아파트 유지보수 시장에서의 부정행위 방지를 위해 지속 협업해 나갈 계획이다.


이소희 기자 (aswith@dailia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