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진단] 늘어나는 부실 시공 민원 봇물
작성자 admin 등록일 2023.02.07 조회수 233
▲ 충북 충주시 호암지구의 한 공공지원 민간임대아파트의 입주예정자가 하자 보수 요청을 표시한 벽에 “그냥 사세요”라는 문구가 적혀 있다. (온라인 커뮤니티 캡쳐)
 
최근 한 신축 아파트에서 균열 등의 하자가 발생해 입주예정자가 보수를 요청했더니 그냥 사세요라는 조롱 섞인 문구가 적힌 것이 알려지면서 온 국민의 공분을 샀다이에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 역시 이례적으로 분노를 표하며 전수조사를 지시했다.
 
공동주택의 하자·소음 등 민원과 분쟁은 국토부 산하 하자심사·분쟁조정위원회에서 도맡고 있다그러나 위원회의 역할과 규모에 비해 민원이 가파르게 급증해단순히 일시적인 대응이 아닌 기구·제도 보완 등 근본적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늘어나는 공동주택 세대소음·부실시공 등 하자 분쟁도 급증
 
6일 국토부 등에 따르면 최근 충북 충주시 호암지구의 한 공공지원 민간임대아파트의 사전점검 과정에서 찢어진 벽지와 무너진 천장·벽 등의 하자가 발생했다. 이에 대해 입주예정자가 보수를 요청했는데, 현장 작업자의 소행으로 추정되는 그냥 사세요라는 문구가 적혀 있는 사실이 세상에 알려지면서 공분을 샀다. 
 
이와 유사한 공동주택 하자와 관련된 분쟁은 꾸준히 증가해 왔다박상혁 더불어민주당 의원(국회 국토교통위원회)이 국토부로부터 제출받은 가장 최근 자료에 따르면 2021년 하자심사·분쟁조정위원회에 접수된 민원은 총 7686건으로 나타났다.
 
2018년 3818, 2019년 4290, 2020년 4245건 대비 약 2배 가까운 수준이다법원을 제외한 공동주택 하자·분쟁 해결기관인 소비자분쟁조정위원회집합건물분쟁조정위원회 접수 민원까지 합치면 1만 건이 훌쩍 넘을 것으로 전망된다.
 
▲ 공동주택 세대가 증가함에 따라 관련 하자 민원 접수도 급증하는 모양새다. 사진은 서울의 아파트 단지 전경. ⓒ스카이데일리
  
시공상 하자 또는 결함으로 볼 수 있는 공동주택 세대 간 소음에 대한 민원도 동반 급증하고 있다환경부 산하 한국환경공단 층간소음이웃사이센터의 2021년 층간소음 민원접수 건수는 46596건으로, 2017년 22849건에서 4년 사이 2배 이상 증가했다지난해 접수된 관련 민원 건수는 1~11월 36509건에 달했다. 통상 층간소음이 겨울철에 급증하는 점을 감안하면 전체 통계는 2021년과 유사할 것으로 추정된다.
  
공동주택에 거주하는 인구 비율도 빠르게 증가하고 있는 만큼 관련 분쟁에도 관심이 커지고 있다. 통계청이 지난해 발표한 ‘2021년 인구주택총조사 결과에 따르면 대한민국 총주택 수는 2021년 기준 1881만 호로 전년 대비 29만 호(1.5%) 증가했다이 중 공동주택은 1473만 호로 전년 대비 31만 호(2.2%) 증가했으며 전체 주택 중 78.3%를 차지했다공동주택은 아파트 1195만 호(63.5%), 연립·다세대 278만 호(14.8%)를 합친 수치다아파트만 해도 전년 대비 29만 호(2.5%) 늘었다.
 
부동산플랫폼 직방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 총 256595가구가 아파트에 입주했으며, 올해에는 이보다 18% 증가한 302075가구가 입주할 예정이다곧 사전청약 절차에 돌입할 공공분양주택과 재건축·재개발 촉진 등 대부분 공급될 주택유형이 아파트에 해당해 공동주택 증가와 더불어 관련 분쟁 역시 급증할 것이란 전망이다윤석열정부는 임기 동안 주택 270만 호를 공급할 계획이다. 
 
하자보수계획 언제까지’ 규제 미비분쟁위원회 일손은 부족
 
공동주택에서 발생하는 하자가 모두 하자심사·분쟁조정위원회를 거치는 것은 아니다. 그 전에 시공사와 입주민이 해결 또는 합의할 법적 장치가 마련돼 있다공동주택관리법에 따르면 아파트는 공종별로 최소 2년에서 10년까지 하자 보수를 받을 수 있는 하자담보책임기간이 정해져 있다도배·미장·타일 등 하자는 2철골·지붕은 5지반은 10년 등이다.
 
▲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사진)은 최근 한 신축 공공지원 민간임대아파트에서 발생한 하자와 관련해 전국 현장 전수조사를 지시하며 피해를 최소화하도록 했다. ⓒ스카이데일리
  
문제는 기간과 책임이 모호한 사례일 때 발생하는 양쪽의 의견 차이 시공사의 하자보수계획의 강제성 부재 등이다주택건설사업자는 하자 보수 청구를 받은 날로부터 3일 이내 하자보수계획을 입주자에게 통보해야 하지만제출한 하자보수계획 자체의 법적 강제성이 없어 자재·인력 부족 등을 이유로 보수가 연기되더라도 제재할 방법이 없다하자심사·분쟁조정위원회의 역할도 중재 수준에 그칠 수밖에 없다.
 
일례로 윗층의 에어컨 배관 누수로 피해를 경험한 A씨는 하자센터 접수 후 2주가 지났는데도 시공사에서 원인을 알고 있으니 기다리라는 말 외에 특별한 조치가 없었다면서 매일 여러 장의 수건으로 누수를 막아야 했고 결국 보름쯤 후에 보수가 이뤄졌지만 그러기까지 잠을 제대로 잘 수 없었다고 말했다.
 
관련 민원을 조정할 분쟁위원회의 운영 효율성 등 현실적인 고충도 뒤따른다김병욱 민주당 의원(국회 국토교통위)이 국토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급증하는 하자 분쟁·조쟁 신청과 달리 분쟁·조정 해결을 위한 회의 개최 건수는 2017년 152 2018년 140 2019년 140 2020년 140 2021년 143건 등 매년 150건 안팎에 머물렀다. 
 
민원의 평균 처리일은 2018년 125 2019년 164 2020년 182 2021년 178 지난해 상반기 299일로 오히려 늘어나고 있다. 이에 따라 분쟁위에 계류된 민원 건수도 2019년 1908 2020년 20652021년 4957건 등으로 폭증했다. 
 
임기수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공동주택 하자 관련 분쟁이 위원회에서 조정에 실패하고 소송까지 이어질 경우 5~6년이 소요돼 소비자의 공동주택 거주에 대한 불신을 유발할 수 있으므로위원회 역할 정상화를 위해선 제도적 기반 마련이 필요하다면서 하자 분쟁·조정위원의 숫자를 위원장 1명을 포함한 60명 이내로 구성하도록 못 박고 있는 공동주택관리법 제40조의 현실화 또는 제척 제도의 적절한 활용 등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김병욱 의원은 “300일에 가까운 처리 기간 동안 사건의 경중과 관계없이 입주자의 심적 고통과 주거 불안정은 가중된다며 사건 처리 속도·내용·효율성 등 입주자의 가심비(가격 대비 심리적 만족도)를 충족하는 행정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대대적인 인력 보충 등이 강구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스카이데일리 김재민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