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충전시설 느는데 화재 안전대책 안보인다
작성자 admin 등록일 2023.02.12 조회수 225

지난해 2월 부산 동래구 아파트 전기차 충전시설에서 전기차가 폭발해 화재가 발생했다. [제공: 부산소방재난본부]


지난해 2월 부산 동래구 아파트 전기차 충전시설에서 전기차가 폭발해 화재가 발생했다. [제공: 부산소방재난본부]




국내에 보급된 전기차 대수가 지난해 말 기준 39만 대를 돌파했다. 전기차가 늘어나자 아파트 주차장에 전기차 충전시설 설치가 의무화됐다. 하지만 아파트 관리현장에서는 화재 대비 안전대책 없이 충전시설만 늘린다는 불만도 나온다. 
 

주차장 화재 위험

소방청에 따르면 전기차 화재 건수는 2020년 11건, 2021년 24건, 2022년 44건으로 최근 수년간 매년 2배가량 증가했다. 그중 주차장에서 시작된 화재가 29건이었다. 대부분 충전 중 발화였다.

아파트 관리 차원에서 주목하는 것은 주차장에서의 전기차 화재다. 2021년 11월 충북 충주의 한 아파트 지하주차장 전기차 화재로 소방서 추산 1200만 원의 재산피해를 냈다. 2020년 10월 대구 달성군의 한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충전하던 전기차에 불이나 일부 입주민이 대피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두 사고 모두 인명피해나 큰 재산피해는 없었다. 하지만 연기와 열이 잘 배출되지 않는 지하주차장에서 전기차가 폭발하거나 충전시설에 불이 나는 경우 큰 피해로 이어질 수 있었다는 점에서 불안감을 키웠다. 
 

“충전시설 의무화, 소방은 그대로”

지난해 1월 친환경자동차 시행령 개정에 따라 2025년 1월 28일까지 100세대 이상 신축 아파트는 총 주차면수의 5%, 기존 아파트는 2% 이상의 전기차 충전시설 설치가 의무화됐다. 이에 맞춰 추가 소화장비도 당연히 의무화됐어야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전기차 화재 때 차량 배터리에 불이 붙어 고온으로 열이 치솟는 열폭주현상이 나타난다. 화재를 순식간에 확산시키는 주범이다. 전기차 화재는 진화도 어려워 8시간 정도가 소요되고 소방수는 평균 10만ℓ가 투입된다. 일반 내연기관 차량 화재 진압에 쓰이는 양(1000ℓ)의 100배에 달하는 셈이다. 

하지만 전기차 및 충전시설 화재에 대비하기 위한 차량용 질식소화포나 전용소화기를 주차장에 비치하는 등 소방 안전 강화는 의무화하지 않았다. 소방당국이 전기차 화재 진압 훈련을 하거나 열폭주를 예방한다며 열화상 카메라를 무상으로 대여해주는 정도다. 
 

관리현장 대응

아파트 관리종사자들 사이에서 “전기차 관련 화재에 대한 소방 안전대책 없이 충전시설 설치만 의무화한 것 아니냐”는 불만이 나올 수밖에 없다. 

부산 동래구 모 아파트 A소장은 지난해 2월 지상주차장에서 충전하던 전기차가 폭발해 불이 나는 사고를 겪었다. A소장은 “차량 연쇄 폭발은 물론 아파트 시설물이 훼손돼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서울 강남구 도곡렉슬아파트(3002세대)는 전기차 충전기가 90대가량 설치돼 있어 화재에 대비하기 위해 200만 원짜리 일회용 질식소화포 3개를 들여놓았다. 또 화재를 발견한 관리직원이 우선 119에 신고한 후 차량용 질식소화포를 덮어 불을 끄는 교육을 실시하는 등 자구책을 마련했다. 

하지만 이 아파트 허경아 소장은 “재정이 넉넉하지 않은 작은 단지는 질식소화포 구매도 쉽지 않을 것”이라며 “정부가 단지당 1개씩이라도 질식소화포 구매 비용 일부를 지원해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는 “인근 단지 소장들도 ‘대안 없이 법만 만들어 관리주체가 사고에 대한 책임을 지게 되지 않을까’ 우려한다”고 전했다. 
 

전문가 견해

▷공하성 우석대 소방방재학과 교수= 전기차에 불이 났을 때 차량 하부 배터리 팩을 물에 잠기게 해 화재를 진압하는 것이 중요하다. 지하주차장 전기차 충전시설에 칸막이나 담을 설치해 주차구획을 나누고 주차면 바닥이나 천장에 대용량 스프링클러를 설치하는 방안이 필요하다. 배터리가 불에 탈 때 나오는 위험물질을 외부로 배출하기 위한 배연 시설도 함께 설치돼야 한다. 

▷대한주택관리사협회 관계자= 전기차 충전시설을 지상에 설치하면 화재 발견이 쉬워져 빠른 신고가 가능하다. 열린 공간은 소방대의 화재 진압도 용이하다. 지상 주차공간을 만들기 어려운 아파트, 전기차가 적은 소도시와 농어촌 지역 아파트는 단지 상황에 맞춰 충전시설 설치를 완화하도록 의무 조항 개선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박상현 기자 spark@hapt.co.kr


출처 : 한국아파트신문(http://www.hap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