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우리 아파트 관리시스템도 불법복제품?
작성자 admin 등록일 2023.02.15 조회수 1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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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아파트 등 공동주택 3만3000여 개 단지의 관리시스템이 국내 개발사의 프로그램을 불법으로 무단 도용해 만들어졌다는 주장이 제기돼 경찰이 수사를 진행 중이다. 업계에서는 해당 관리시스템이 전국 수백만 가구에 적용되며 아파트 단지 시장 점유율이 95%에 달하는 것으로 보는 만큼, 의혹이 사실로 확인될 경우 전국의 공동주택 관리시스템이 불법 논란에 휩싸일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13일 경찰 등에 따르면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대는 공동주택·집합건물 통합관리업무솔루션 업체인 A사를 저작권법 위반 혐의로 수사하고 있다.

경찰은 2021년 12월 IT 개발업체인 B사 측으로부터 "A사가 자사의 프로그램 개발 소프트웨어를 불법적으로 사용해 제3자에게 프로그램을 판매했다"는 고소장을 접수했다. 경찰은 고소장 접수 후 1년3개월여가 지난 현재 조만간 수사를 마무리하고 기소의견으로 검찰 송치를 준비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A사는 전국 3만3000여 개 단지의 공동주택·집합건물에 통합관리솔루션 및 관리비 자동이체 중개를 제공하고 있다. 전국 아파트 단지 대부분의 관리비 납부 등 관리시스템이 이 업체의 소프트웨어로 작동한다는 뜻이다.

문제는 이러한 A사의 관리시스템 소프트웨어인 '공동주택 통합관리업무시스템(XpERP)' 및 '상가관리 통합관리업무시스템(XpBiz)' 등이 국내 개발사 B사의 프로그램 개발 소프트웨어 '가우스'를 무단으로 사용해 개발됐다는 의혹이 제기됐다는 점이다.

B사의 가우스는 기업들이 사내 그룹웨어 등 시스템을 구축하거나, 이를 응용해 또 다른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는 데 쓰이는 일종의 개발도구 소프트웨어다. A사가 B사의 소프트웨어를 구매하지 않고 무단으로 사용해 아파트 관리 프로그램을 개발해 제3자인 아파트 관리사무소들에 판매해서 부당이득을 챙겼는지가 사건의 핵심이다.


B사 측은 '가우스'의 개당 판매가격을 500만원 내외로 추산하고 있다. 산술적으로 계산하면 3만3000여 개의 아파트 단지마다 가우스가 무단 사용됐으니 최소 1650억원을 지급받지 못했고, 각종 상가 관리사무소 계약 및 10여 년 동안 불법사용을 숨긴 점을 감안하면 피해액이 2000억원대에 이른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A사 측은 2012년 B사로부터 '가우스' 8개를 구매한 것으로 알려졌다. H그룹 계열사였다가 A사로 합병된 C사 측이 사전에 구매했던 수량까지 합쳐 총 20개 안팎이다. 하지만 경찰이 A사 측의 서버를 압수수색한 결과 100개 이상의 '가우스' 복사본이 깔려 있던 정황을 포착한 것으로 전해졌다. A사 측이 구매했던 수량 이상의 '가우스'를 불법 복제한 것으로 의심되는 정황이다.

형사 고소에 대한 경찰 수사와 별개로 민사소송도 진행 중이다. B사는 지난해 6월 A사를 상대로 가우스와 XpERP 및 XpBiz 사용금지를 구하는 가처분신청을 법원에 제기했다. 이어 11월에는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본안소송을 서울중앙지법에 제기해 진행 중이다. 법원은 지난해 12월 "A사가 '가우스'를 더 이상 사용하지 않는다고 주장하고, B사가 사태를 방임해온 것으로 볼 여지도 있다"며 가처분을 기각했다.

B사 측 관계자는 "우리 같은 원천기술 회사는 소프트웨어 하나를 개발하기 위해 10년 이상 막대한 금액을 들이는데 다른 회사가 훔쳐 쓰고도 처벌은 약하게 받을까 봐 억울하다"고 말했다. 경찰 관계자는 "(A사에 대한) 수사를 진행 중"이라면서도 "내부 보고 절차 등을 거쳐야 하기 때문에 최종 처분 시기 등은 아직 알 수 없다"고 말했다. 매일경제는 A사 측의 입장을 듣기 위해 수차례 연락을 취했으나 답변을 받지 못했다.

매일경제 [박홍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