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충전기, 국제표준 나오면 새로 바꿔야 하나?
작성자 admin 등록일 2023.02.20 조회수 194


시중에 설치된 전기차 충전기 중에는 국가표준 통신방식을 채용한 것도 있고 다른 통신방식을 채용한 것도 있다.
아파트 등 공동주택에 전기차 충전기 설치가 의무화돼 많은 아파트가 일찌감치 법정 기준에 맞춰 충전기 설치를 완료했다. 현재 충전기가 설치된 주차면 수는 14만4000대가 넘는다.

그런데 충전인터페이스와 충전장치 등 충전 인프라는 표준화 대상이며, 국가간 상품과 서비스의 교역을 활발히 하기 위해 국제표준도 만들어진다. 지난해 산업통상자원부 국가기술표준원은 전기차 충전기 통신방식을 표준화하는 국가표준을 먼저 고시했다. 이 때문에 아파트 관리현장에서는 ‘몇 년 뒤 국제표준이 정해지면 이미 설치한 전기차 충전기를 교체해야 하나’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전기차 충전 오류

전북 군산에 사는 A씨는 최근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전기차를 충전하던 중 충전이 중지되는 경험을 했다. A씨는 “충전 도중 세 번이나 중지되더니 ‘충전기 인식오류’라고 나왔다”며 “연결에도 문제가 없고 녹색 불이 깜박이는 것도 확인했는데 영문을 모르겠다”고 말했다.

전기차 사용자가 늘면서 충전이 안 되는 오류로 사용자들이 불편함을 호소하는 경우가 종종 발생한다. 서울 강동구 B아파트 시설관리팀장은 “전기차 충전기에서 오류가 발생했다는 민원을 받고 충전기 업체에 문의했던 적이 있다”며 “같은 자리에서 다른 차의 충전이 잘 되는 것을 보면 충전기 자체의 문제는 아닌 것 같았다”고 말했다.

전기차 충전 오류는 충전기 전압이나 전류에 대한 기준이 일원화돼있지 않아 제조사별로 다르게 만들다 보니 발생한다. 또 충전기가 차량의 배터리 잔량을 분석해 충전 속도를 조절하는데 이때 통신 기술이 달라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전기차 충전 중 오류 건수나 오류 원인 통계는 파악하기 어렵다. 
 

전기차 충전기 통신방식 국가표준 

산업통상자원부 국가기술표준원은 전기차 충전스테이션 관리시스템 표준 개정을 마치고 지난해 12월 22일 한국산업표준을 고시했다. 전기차 충전기 제조사 및 충전사업자에게 공통의 충전기 통신방식(OCPP)을 활용하도록 국가표준을 개정한 것이다.

국가표준이 없으면 충전기 운영사업자별로 각기 다른 통신방식을 사용해 충전 인프라의 체계적인 운영 및 관리에 한계가 있다. 또 충전설비 네트워크의 효율적인 구축에 제약이 따른다. 

국표원이 환경부, 한국전력, 관련 기업 등의 의견을 수렴해 국가표준에 도입한 것은 OCPP Ver 1.6이었다. 이것은 세계 70여 개국 161개사에서 사용 중이며 국내 일부 기관도 활용 중이다. 

국표원 관계자는 “안정성이 우수한 OCPP Ver 1.6을 국가표준으로 하되, V2G(양방향 전력전송) 등의 기술 발전과 국제표준(IEC 63110) 개발 상황을 고려해 추후 개정 여부를 검토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국표원은 IEC 63110이 2024년 국제표준으로 제정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전문가 견해 

양동학 국가기술표준원 기계융합산업표준과 사무관은 “현재 개발 중인 IEC 63110이 국제표준이 될지 확정적이지는 않다”면서 “국제표준 제정 후 국가표준 개정 여부에 대해서도 정해진 바가 없다”고 설명한다. 국가표준 개정에는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므로 각계 의견을 수렴해 결정하게 된다는 것. 

조명진 한국스마트그리드협회 팀장은 “훗날 국제표준이 제정되고 국가표준이 이를 따라 개정한다 해도 아파트에 설치한 전기차 충전기를 전부 교체할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한다. 그는 “국제표준이 2024년 말 제정돼도 실제 적용은 2025년 이후이며, 2025년이면 그간 정부 주도의 충전 인프라 보급이 민간 주도로 전환된다”면서 “표준은 강제성이 없으므로 각 충전기 제조사와 사업자가 알아서 효율적인 프로토콜을 선택해 적용하면 된다”고 설명했다.
 

“국가표준 바뀔 수 있다고?” 아파트 관리현장 혼란

“국제표준이 국가표준 고시와 다르면 아파트에 설치한 전기차 충전기를 바꿔야 하는 건가요?” 

국표원이 국제표준 개발 상황에 따라 국내 표준의 개정 여부를 검토하겠다고 밝히자 일부 아파트 관리 현장에서 우려를 나타낸다. 

서울 강동구 모 아파트 C관리사무소장은 “새로운 국제표준이 나와 현재의 충전기를 모두 교체하라고 할까 봐 걱정”이라고 말했다. 이 아파트는 전기차 충전기 설치 의무화에 따라 주차면수 2%에 해당하는 63대를 모두 설치했다.

울산 울주군 모 아파트 D소장은 “그때 가봐서 개정할 수도 있다면 국가 정책의 신뢰가 떨어진다”며 “충전기를 교체할 상황이 올 수도 있는데 지금 국가가 설치를 의무화한 것이라면 나중에 아파트 측에 부담이 없도록 책임져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 강남구 모 아파트 E소장은 “훗날 현재의 전기차 충전기를 계속 사용해도 문제없다면 놔두겠지만 입주민들이 불편을 겪는다면 교체해야 하지 않겠나”라면서도 “충전기 화재 우려, 주차면수 갈등 같은 현실적인 문제를 고려하지 않고 충전기를 몇 퍼센트 설치하라고 법령으로 강제하는 것이 문제”라고 꼬집었다. 

 

김경민 기자 kkim@hapt.co.kr

출처 : 한국아파트신문(http://www.hap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