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주차장에 붙은 “동대표 외 주차 금지” 공고문…관리소장 말 들어보니
작성자 admin 등록일 2023.02.21 조회수 219



한 아파트에서 동 대표 전용 주차 구역을 지정한 사실이 알려졌다. 이 아파트의 관리소 측은 아파트 안건의 원만한 처리를 위한 방법 중 하나였다고 해명했다.

 

지난 16일 ‘개드립’ 등 여러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경기도에 있는 어느 아파트의 안내문 내용이 소개됐다.

 

사진에 찍힌 안내문에서 아파트 관리사무소 측은 ‘지정 주차면 주차를 금지한다’는 내용과 함께 “지정된 동대표 차량 외 주차를 할 수 없음을 양지해주기 바란다”고 공지했다. 안내문에 따르면 이 결정은 지난달 26일 열렸던 입주자대표회의 의결에 근거하고 있다.


게시물을 접한 사람들은 “갑질이 심하다”, “황당한 결정이다”, “실제로 아파트 동대표나 부녀회장은 생각보다 권력이 있는 편이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이에 해당 아파트의 관리소장 A씨는 언론 인터뷰를 통해 “다들 동대표를 하지 않으려는 분위기에서 하게 된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며 사정을 설명했다.

 

A씨는 17일 조선닷컴과의 전화 인터뷰에서 “(예컨대) 배관이 낡아 수리하려면 관리비가 들어가는데, 관리소에서 마음대로 할 수 없다. 입주자대표회의에서 의결해줘야 관리소가 집행할 수 있다”며 “동대표 10명 중 7명 이상이 참석해야 정족수가 채워져 회의가 열리는데, 하도 참석률이 낮아 회의는 계속 연기되고 의결도 되지 않는 상황이 이어져왔다”고 전했다.

 

A씨에 따르면, 이러한 상황이 지속되던 중 지난달 5일 단지 내 주민들이 모인 신년 토론회에서 ‘동대표 참석률이 워낙 낮으니 혜택을 주는 것이 어떻겠냐’는 제안이 나왔다. 이 자리에서 ‘입주자대표회의가 주로 오후 7시에 열려 주차에 어려움을 겪을 때가 많으니 지정 주차 혜택을 주자’는 의견도 등장했다.

 

그 뒤 같은달 26일 입주자대표회의가 열렸는데, 이 회의도 적은 인원만으로 어렵게 진행됐다. A씨는 “이 날 회의도 동대표가 6명밖에 참석하지 않아 무산될 뻔했다가 나중에 한 명이 더 참석해 겨우 열렸다”고 전했다. 이 회의에서 동대표들은 ‘지정 주차 안건’을 통과시켰다. 

 

A씨는 이번 안건이 반드시 현재 동대표들만을 위한 건 아니었다고 해명했다.

 

그는 “현재의 동대표는 6월이면 임기가 끝난다. 동대표들에게 이런 혜택이라도 있으면 많이 출마하지 않겠나 하는 마음에서 안건을 의결한 게 컸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A씨는 “사실 형식적으로 해놓은 것일 뿐, 그 곳에 다른 입주민이 주차한다고 해서 막을 방법이 있는 것도 아니다”라며 “신도시다 보니 직장인 분들이 많고, 다들 동대표 하는 것을 꺼리는 분위기라 잘 해보자는 취지에서 한 것이었다. 그런데 일부 입주민이 특혜로 받아들이는 것 같다. 계속 유지할지는 고민”이라고 덧붙였다.


정재우 온라인 뉴스 기자 wampc@segye.com

[ⓒ 세계일보 & 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