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질방지법’ 1년 됐어도 ‘갑질 피해’ 호소 여전
작성자 admin 등록일 2023.02.27 조회수 183

부당간섭방지법 시행 1년 진단 ①실태와 구제 절차
현장에선 “속빈 강정” 비판…대주관, 대응 업무가이드 공개
지자체에 간섭행위 조사 의뢰 땐 녹취・주변 진술 확보 필수

아파트 관리사무소장을 상대로 한 ‘갑질’을 막는 법이 시행된 지 1년이 지났다. 하지만 현장에서는 여전히 “입주민등의 갑질로부터 보호해 달라”고 호소하는 목소리가 높다. 

2020년 고 이경숙 소장 피살사건 이후 대한주택관리사협회(협회장 이선미)와 전국의 소장들이 힘을 모아 탄생시킨 것이 개정 공동주택관리법 제65조(‘이경숙법’)다. 입주자대표회의 및 입주자등이 소장의 업무에 대한 부당한 간섭 또는 업무의 방해를 금지하는 규정이다. 

지난해 2월 11일 시행된 이 법은 부당간섭의 주체로 입대의 뿐만 아니라 입주자등을 추가하고 △공동주택관리법 또는 관계 법령에 위반되는 지시를 하거나 명령을 하는 등 부당하게 간섭하는 행위 △폭행, 협박 등 위력을 사용해 정당한 업무를 방해하는 행위 등을 하지 못하도록 부당간섭 금지행위 유형을 구체화해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현장에서는 법의 실효성이 없어 ‘속 빈 강정’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인천 모 아파트 A소장은 “한 입주민이 복도에 물건을 내놔 치워달라고 요청했더니 행패를 부렸다”며 “관리사무소에 출입 못 하게 문을 막고, 주변의 화분을 엎어버리고, 직원들에게 욕설하며 겁을 줬다”고 회상했다. A소장은 “해당 입주민의 요구를 다 들어주고 나서야 상황이 진정됐다”며 “혹여 불이익을 당할까 봐 웬만하면 참고 좋게 처리하는 편”이라고 말했다. 

서울 모 아파트 B소장은 “한 동대표와 의견 충돌이 있었는데 동대표가 위탁관리업체에 소장 교체를 요청해 위탁관리업체로부터 이직을 권고받은 경험이 있다”고 털어놓았다. 경기 파주시 모 아파트의 C소장과 D소장은 입주민의 과도한 민원으로 고액의 과태료를 부과받기도 했다. 

본지가 지난해 대주관과 함께 전국 주택관리사 413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부당대우를 직접 경험했다는 응답이 88%에 달했다. 부당대우의 종류로는 과반수(62%)가 입주민의 폭언·폭력을 꼽았으며 부당해고(17%), 직장 내 괴롭힘(9%)이 뒤를 이었다. 그 외에도 △입대의의 업무 부당간섭 △입대의 회장의 인사개입 △동대표의 금품수수·인사노무 간섭 △입주민·입대의·입대의 회장의 갑질 △과중한 책임 전가 △시간 외 수당 미지급 등이 있었다. 

이런 부당대우를 당했다면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대주관은 법 시행 1년을 맞아 소장의 업무에 대한 부당간섭 사실조사 의뢰 절차를 적극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업무가이드를 2월 21일 공개했다. 대주관은 부당간섭 사례로 폭행, 고소협박 등 10가지를 제시했다(표 참조).

공동주택관리법 제65조에 의하면 소장은 입대의 및 입주자등이 부당간섭 또는 업무 방해를 했다고 판단할 경우 이를 거부하고 시장·군수·구청장에게 이 사실을 보고하고 사실조사를 의뢰할 수 있다. 다음은 대주관이 소개한 구제 절차 등 주요 내용. 

◇구제 절차

소장은 부당간섭행위가 일어난 경우 공문, 회의록, 업무일지 등 입대의의 부당간섭행위에 대한 소명자료를 준비한다. 예상되는 반복적 간섭행위의 경우 사전에 녹취, 촬영 등을 준비하고 주변인 진술을 확보한다.

지자체의 공동주택관리 부서에 입대의의 부당간섭행위에 대한 보고 및 사실조사를 의뢰한다. 부당간섭행위 사실을 서면 작성 후 소명자료를 첨부해 우편 제출한다. 사실조사 의뢰서 양식은 협회 홈페이지에서 내려받을 수 있다. 제출 이후에는 해당 담당 부서에 사실조사 의뢰서를 접수했는지, 보완할 내용이나 자료가 있는지 문의하고 증거가 부족할 경우 보완한다. 

◇사실조사 의뢰서 작성 방법·유의사항

육하원칙에 따라 작성한다. 부당하게 간섭한 내용과 부당한 명령의 내용을 자세히 설명하고 충분한 근거자료를 제시한다. 소장이 직접 근거자료 수집이 어렵다면 지자체에 사실 확인이 가능한 조사 방법 등 의견을 제시한다. 

자료 제출 시 개인정보는 모자이크, 익명 등으로 처리해 개인정보 유출에 유의한다. 부당간섭이 계속되는 동안 당사자 혼자 감당하기 어려운 경우 협회 본회, 시도회 등과 상담·협의한다. 

◇사후 조치

시장·군수·구청장은 부당간섭 행위로 판단되는 경우 입대의, 입주자등에 대해 시정명령 등 필요한 조치를 한다. 입대의, 입주자등이 사실조사 의뢰 또는 시정명령을 이유로 소장을 해임하거나 해임하도록 주택관리업자에게 요구할 경우 공동주택관리법 제102조 제2항 제8호에 의해 1000만 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