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부 유권해석 따라 소규모 아파트 5000여곳 시름 덜듯

서울주택도시공사가 한국전기공사협회와 함께 임대아파트 전기설비를 점검했다. (사진:SH공사)
서울주택도시공사가 한국전기공사협회와 함께 임대아파트 전기설비를 점검했다. (사진:SH공사)

아파트마다 ‘세대 내 전기설비 점검’ 의무 부담에 허덕이는 가운데 전기안전관리자가 상주하지 않는 소규모 공동주택은 의무에서 비켜나 시름을 덜게 됐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최근 전기안전관리를 대행사업자에 맡기는 공동주택의 경우 세대 내 전기설비 점검을 하지 않아도 된다는 유권해석을 내놨다.

이명찬 경기 고양시 모 아파트 관리사무소장(대한주택관리사협회 고양지부장)은 ‘수전용량 1000㎾ 미만의 공동주택은 세대 내 점검을 해야 하는가’를 산업부에 질의했다. 이 소장은 “우리 아파트는 수전용량 850㎾에 285㎾의 비상용발전기를 갖추고 있는데 세대 내 점검 의무 대상인지 판단을 받아보려고 했다”고 말했다.

산업부는 지난달 28일 관련 법령을 상세히 소개하면서 “전기안전관리자를 대행사업자로 선임한 경우 비상주하는 여건 등을 감안해 세대 내 점검을 실시하지 않을 수 있다”고 답변했다.

공동주택 전기설비의 세대 내 점검 의무는 전기안전관리자 직무고시(2021. 12. 시행)에 명시됐다. 고시 제3조 제4항은 ‘전기안전관리법 제22조 제3항에 따라 대행하는 전기설비는 제외한다’고 돼 있다. 

법 제22조 제3항은 산업부령으로 정하는 규모 이하의 발전설비를 가진 아파트는 전기안전관리업무를 대행하게 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

전기안전관리법 시행규칙 제26조는 대행사업자에 위탁할 수 있는 전기설비의 규모를 규정하고 있다. 위탁 가능한 설비는 △용량 1000㎾ 미만의 전기수용설비 △용량 300㎾ 미만의 발전설비(비상용 예비발전설비는 용량 500㎾ 미만) △용량 1000㎾(원격감시 및 제어기능을 갖춘 경우 용량 3000㎾) 미만의 태양광 발전설비다. 둘 이상의 전기설비가 있으면 용량 합계가 4500㎾ 미만이어야 한다.

종합하면 수전용량이 1000㎾ 미만인 아파트가 대행사업자에게 안전관리를 위탁하고 있으면 세대 내 점검을 하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다. 대행사업자가 필요하다고 판단하면 점검을 실시할 수 있다.

전국 의무관리대상 공동주택은 1일 기준 1만8158개 단지다. 공동주택관리정보시스템(K-apt)에 따르면  1만1738개 단지(65%)가 상주 전기안전관리자를 선임했고 5866개 단지(32%)는 위탁했으며 나머지는 불분명하다.

이를 감안하면 5000여 개 단지는 법령에 따라 세대 내 점검 의무가 없다. 공동주택관리 전문가는 “아파트 건설 때 수전용량을 통상 세대당 2~4㎾로 정했던 것을 고려하면 300세대 미만의 아파트로서 대행회사와 계약한 경우 세대 내 점검의 부담을 덜게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간 소규모 아파트들도 세대 내 점검 실시만 고민하느라 정작 의무 대상인지 아닌지도 파악하지 못한 경우가 많았다. 수도권 A소장은 “대행사업자와 점검 방법과 비용을 협의하느라 바빴는데 알고 보니 우리는 점검 의무가 없다”면서 “공연히 끙끙 앓고 있었다”고 말했다. 

B소장은 “대행사업자들이 ‘돈 많이 줘도 세대 내 점검은 못 한다’고 나와 애를 먹었는데 소규모 아파트는 부담을 덜게 됐다”고 반겼다. 실제로 세대 내 점검을 나서더라도 낮시간에는 아파트 입주민이 부재중이거나 점검에 협조하지 않는 경우가 많아 애를 먹기 일쑤다. 이 소장도 “이번에 유권해석을 받아 전하니 주변의 소규모 아파트 소장들이 ‘우리도 대상이 아니라니 걱정을 덜었다’면서 좋아한다”고 전했다. 

다만 한 전기안전 전문가는 “세대 내 점검은 전기안전 측면에서는 전체 전기설비에 대한 안전관리를 위해 꼭 필요한 일”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