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장이 건물 수탁관리인 지위 겸하면 근로자가 아니다?
작성자 admin 등록일 2023.03.23 조회수 199

건물 관리사무소장이 관리규약에 따른 수탁관리인 지위에 있더라도 사용종속관계 등을 종합해 근로기준법상 근로자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는 법원의 판결이 나왔다. 집합건물법상 관리인을 대행하는 소장(수탁관리인)에게 근로자성이 있는지 판단한 것.

수원지방법원(판사 황지원)은 최근 서울 강서구 A집합건물에서 소장으로 근무했던 B씨가 관리단을 상대로 제기한 퇴직금 등 청구소송에서 “피고는 원고에게 566만여 원을 지급하고 원고의 나머지 청구를 기각한다”는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다. 

A건물의 B소장은 2021년 1월 관리인·수탁관리인을 해임하는 관리단 집회 결의 후에도 새로운 관리인 측에 관리업무를 인계하지 않고 관리업무를 계속했으며 관리단은 2021년 4월 B소장으로부터 관리업무를 인수했다. 

그 사이에 B소장은 2021년 8월 관리단을 상대로 미지급 퇴직금과 미사용 연차수당, 2021년 4월 임금 등 총 1597만여 원과 일부 지연손해금 지급을 요구하는 소송을 냈다. 관리단은 재판 진행 중인 2022년 8월 퇴직연금 3381만여 원을 B소장의 개인형 퇴직연금(IRP) 통장으로 모두 이체했으며 이후 재판은 지연손해금 등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이 재판에서는 수탁관리인의 근로자성이 쟁점이 됐다. 관리단은 “B소장은 관리규약에서 정한 수탁관리인으로서 관리인의 임무 또는 임무의 일부를 위탁받아 실질적으로 관리인에 준하는 업무를 하며 사용자의 지휘·감독 아래 있지 않고 실질적으로 위임계약에 따른 수임인 지위에 있었으므로 근로자가 아니다”라고 맞섰다. 

황 판사는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계약의 형식이 고용계약인지 도급계약인지보다 실질적으로 근로자가 사업 또는 사업장에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인 관계에서 사용자에게 근로를 제공했는지 여부에 따라 판단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황 판사는 “기본급이나 고정급이 정해졌는지, 근로소득세를 원천징수했는지 등의 사정은 사용자가 경제적으로 우월한 지위를 이용해 임의로 정할 여지가 커 이러한 점들이 인정되지 않는다는 것만으로 근로자성을 쉽게 부정해서는 안 된다”고 봤다.

이에 황 판사는 △B소장과 관리단은 계약기간, 임금, 연차수당 등이 기재된 근로계약서를 작성한 점 △계약에 정해지지 않은 사항은 근로기준법령 및 회사 제규정에 의한다고 명시한 점 △관리단은 B소장의 출근부를 작성해 관리했고 근로소득세를 원천징수했으며 확정급여형 IRP에 가입한 점 등을 토대로 B소장은 근로자에 해당한다고 봤다.

관리단은 “B소장은 본인 명의의 계좌를 개설해 관리비 계좌로 사용하거나 관리단을 대표해 기계식 주차설비 임대차계약을 체결했다”며 B소장의 근로자성을 부정했다. 황 판사는 “B소장이 그러한 행위를 한 것은 관리단의 비영리법인 등록 등 절차가 늦어졌기 때문”이라며 “B소장이 수탁관리인의 지위를 겸하고 있었더라도 근로자성이 부정될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다만 황 판사는 B소장의 청구 중 지연손해금 일부와 4월분 임금 청구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고경희 기자 ggoh@hap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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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한국아파트신문(http://www.hap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