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이 갈수록 험난해지는 공동주택 관리현장에 한 줄기 햇살이 내렸다. 경남 창원시의회가 최근 공동주택관리 분쟁조정위원회의 조정 대상에 아파트 관리사무소장 업무에 대한 부당간섭 관련사항을 추가한 것은 획기적인 일이다.
우선 현행 법령을 보자. 공동주택관리법 제65조와 제65조의 3에는 아파트 관리사무소장과 주택관리업자에 대한 부당간섭 배제조항이 들어있다. 이 조항은 박상혁 국회의원 발의로 입법화돼 2022년 2월 시행에 들어갔다.
아파트 소장은 건물 및 시설관리와 함께 수많은 입주민의 안전하고 평안한 생활을 위해 일한다. 그만큼 많은 민원을 감당해야 하는 자리임에도 불구하고, 변변한 보장책이 없어 억지 민원에 시달려야 했다. 입주자대표회의의 부당한 의결과 지시, 일부 입주민의 법에 어긋나는 요구와 악성주장, 상습적 업무간섭과 괴롭힘 등을 당해도 호소할 데가 없어 극한상황에 몰린 소장의 극단적 선택이 일어나기도 했다.
박 의원 법안은 소장이 업무와 관련해 부당한 일을 겪을 경우 관할 지자체에 사실조사 의뢰를 할 수 있고, 지자체는 범죄혐의가 있다고 인정될 경우 수사기관에 고발할 수 있도록 했다. 당시에는 획기적인 개선책이라는 반응이 많았지만 시행 1년이 넘은 지금은 이 법에 의해 처벌된 사례가 단 한 건도 없을 정도로 유명무실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왜 그렇게 됐을까. 부정을 폭로할 경우 신분불안을 느끼지 않을 수 없는 현장관리자로서의 입지도 문제다. 여기에 지자체의 소극적 대응이 크게 작용한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수시로 지역민을 상대해야 하는 공무원 입장에서 수사기관 고발에 대한 부담이 크다는 얘기다. 결국 관리명확한 처벌규정이 없어 선언적 문구가 되고 말았다는 아쉬움이 현장에서 쏟아져 나왔다.
이런 상황에서 창원시의회는 안상우 의원이 2월 대표발의한 조례 일부개정안을 3월 원안대로 가결했다. 창원시의회는 2008년 ‘공동주택관리 분쟁조정위원회 및 운영’ 조례를 제정하고, 아파트에서 벌어지는 내부 분쟁을 합리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노력했던 의회다.
이번에 개정된 조례 제4조(조정대상)에는 ‘입주자대표회의 및 입주자등과 관리사무소장 간의 분쟁에 관한 사항’이 포함됐다. 또 제8조(분쟁의 조정신청)에는 ‘관리사무소장이 신청하는 경우에는 관리사무소장 배치 및 직인신고증명서 사본 1부’ 조항이 마련됐다. 이로써 소장이 직접 위원회에 제소할 수 있는 길을 열었다.
안 의원은 “공동주택 관리사무소장 업무 부당간섭에 관한 사항을 분쟁조정대상에 신설한 이유는 상위법령에 부합하기 위한 것”이라며 “자치법규를 정비해 공동주택관리법 제65조와 제65조의 3이 제대로 시행될 수 있도록 했다”고 밝혔다.
이 조례에 대해 창원시청 또한 “분쟁조정위원회 조정대상 확대는 공동주택 갈등해소를 위해 타당하다”며 “안 의원 발의안은 다양한 부당간섭 원인을 고려해 객관적 조문으로 수정하는 내용이므로 적절하다”는 검토의견을 제출했다.
이는 전국 지자체의 공동주택 분쟁조정위원회 조례 중 아파트 소장 관련사항을 신설한 최초의 사례로 역사적 의미를 지닌다. 이를 계기로 다른 지자체에서도 관련 내용을 적극 반영하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
지금 공동주택 관리현장은 만성적 인력부족에 시달리며, 숱한 민원과 지자체의 과태료 남발에 신음하고 있다. 관리종사자의 인권과 근로환경 개선은 아직 갈 길이 멀지만, 이런 움직임이 하나씩 구체적으로 실현되면 그나마 숨통이 조금씩 트일 수 있을 것이다.
여기에 더해 전국 광역지자체에 공동주택관리지원센터가 설치돼 국토부 중앙공동주택관리지원센터와 관리업무를 일원화하고, 국민 80%가 거주하는 아파트 관리 선진화가 이뤄져야 한다. 그래야 일하는 사람뿐만이 아니라 모든 입주민이 편하게 생활할 수 있다.
공동주택 관리자들이 투명하고 신뢰받는 관리를 펼쳐 입주민에게 안전하고 쾌적한 주거환경을 제공할 수 있도록 정진해야 할 시점이다. 아울러 주변 환경도 더욱 개선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