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층간소음 기준에 못 미쳐도 피해 인정” 판결 근거는?
작성자 admin 등록일 2023.07.07 조회수 295

“3년간 고의로 지속적인 음악소음 발생, 불법행위 해당”
“쿵쿵 소리, 사회 통념상 인내 한도 넘는 경우 위법행위”

층간소음 관련 규정의 기준에 미달하는 소음이라도 층간소음 피해가 인정된다는 법원의 판결이 나왔다. 

재판부는 층간소음 관련 규정은 공동주택의 입주자등에게 기준 이하가 되도록 노력할 의무를 부과하는 규칙으로 불법행위 성립 여부는 소음도뿐만 아니라 소음의 지속 정도, 소음으로 인한 피해의 범위와 성격, 가해자의 방지 조치 여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판단해야 한다고 봤다. 
 

3년간 같은 음악 큰 소리로 재생

의정부지방법원(판사 조종현)은 경기 동두천시의 한 아파트 입주민 A, B씨가 아랫집 입주민 C씨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에서 “C씨의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한다”며 “A씨에게 1460만 원, B씨에게 700만 원을 각각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이 아파트에 사는 부부 A, B씨는 2017년 6월 아랫집에 이사 온 C씨와 9월부터 층간 소음 문제로 다툼이 있었다. C씨는 2017년 가을부터 2020년 3월경까지 같은 음악을 24시간 내내 큰 음량으로 재생해 소음피해를 발생시켰다. A, B씨는 C씨가 발생시킨 소음으로 인해 자기 집에서 생활하지 못할 정도여서 다른 세대를 월 30만 원에 1년간 임차하기도 했다. 

이 아파트 관리사무소는 2020년 3월경 ‘C씨가 2017년 10월 3일 새벽 2시부터 같은 곡을 24시간 틀기 시작해 3년간 소음을 발생시켰고, 경찰에 신고해도 문을 열어주지 않아 고소하려 한다’는 주민안내문을 작성했다. 관리사무소는 C씨가 음악을 크게 틀어놓고 며칠씩 외출해 의도적으로 주민들의 생활에 불편을 초래했다며 경찰서에 협조 요청을 하기도 했다. 

A씨와 C씨의 다툼은 이뿐만이 아니었다. C씨는 2020년 3월 이 아파트 관리사무소에서 A씨와 말다툼을 하던 중 A씨의 상체를 팔로 밀어 바닥에 넘어지게 했고, A씨가 자신의 차량 문을 붙잡고 있는 사실을 알면서 문을 닫아 A씨의 팔이 차량 문틈에 끼게 했다. 

C씨는 “공동주택 층간소음의 범위와 기준에 관한 규칙에서 정한 층간소음 기준을 초과하지 않았으므로 불법행위가 성립하지 않는다”며 “음악을 24시간 틀어놓은 것은 맞지만, 위층에서 나오는 소음 때문에 그랬던 것”이라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C씨가 제출한 증거 영상으로는 어디에서 들려오는 소음인지 알 수 없어 위층에서 난 소음의 증거로는 부족하다고 봤다. 재판부는 “설령 A, B씨가 층간소음을 발생시켰다고 해도 2년 이상의 소음 피해를 정당화할 사유는 되지 않는다”며 “C씨는 이웃이 불편을 호소했음에도 고의로 지속적인 소음을 발생해 불법행위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간접강제는 기각= 재판 후에 또 소음이 들린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행위의 금지를 명하고, 이를 위반할 때마다 일정 금액을 지급하도록 하는 간접강제를 법원에 미리 청구할 수 있다. A씨 측은 C씨에 대해 소음 금지 청구 및 추후 소음 1회당 50만 원을 지급하도록 하는 간접강제를 청구했으나 재판부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쿵쿵’ 일부러 벽, 바닥 두드리는 소리 

서울북부지방법원 제12민사부(재판장 정우정 판사)는 서울 성북구 한 아파트의 D씨 가족이 위층에 거주하는 E씨 부부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에서 “E씨 측은 D씨 측에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며 “D씨 가족 4명에게 각각 250만 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D씨 가족은 2020년 6월경 이 아파트에 이사 온 직후부터 E씨 부부와 층간소음 문제로 분쟁을 겪었다. D씨 측은 관리사무소에 민원을 넣거나 112에 신고했고, 관리사무소 직원과 경찰은 D씨의 집을 직접 방문해 E씨의 집에서 소음이 발생한다는 사실을 여러 번 확인했다. 

2022년 12월 3일 D씨 측의 신고로 경찰이 출동했을 때도 2~3초 간격으로 5분 이상 위층에서 바닥을 내려치는 소리가 들렸다. 이후 E씨는 경범죄처벌법 위반죄로 즉결심판을 받아 벌금 10만 원의 선고유예를 받았다. 

D씨 가족이 수십 회에 걸쳐 촬영한 영상에서는 일상생활의 소음이 아닌 어떤 물체로 일부러 벽이나 바닥을 두드릴 때 나는 것 같은 ‘쿵쿵’ 소리가 들렸고, 소음의 크기는 60dB을 초과하기도 했다. 

하지만 E씨 측은 “환경보전협회 층간소음상담지원센터의 층간소음 측정 결과서에 의하면 1분간 등가소음도 및 순간 최고소음도 모두 관련 규정에 따른 층간소음 기준에 미치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D씨 측이 측정한 소음은 전문기관에서 측정한 것이 아니므로 소음도의 크기를 신뢰할 수 없다”고 문제 삼았다. 

재판부는 “D씨 측은 직접 측정기를 이용해 소음을 측정했고, 센터가 측정한 소음 측정지는 관련 규정에 따른 층간소음 기준에 미치지 못하는 사실을 인정한다”면서도 “수인한도를 설정하는 데 행정 법규상의 규제와 관련된 기준은 해당 보호법익 또는 이익의 보호를 위한 최소한도의 기준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이어 △사회 통념상 참을 한도를 넘는 경우에는 위법행위로 평가될 수 있는 점 △판단에 있어 반드시 관련 법령에서 정하는 소음 측정 방법에 따른 자료만을 사용할 수 있는 것은 아닌 점 △E씨 측이 발생시킨 소음은 단순한 생활 소음으로 보기 어려운 점 등을 고려했다고 밝혔다. 

E씨 측은 D씨 가족이 망치질하거나 고함을 지르는 등 보복 소음을 내고 있다고 주장하기도 했으나 재판부는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다”고 이를 일축했다. 

▷간접강제는 기각= D씨 측은 E씨 주거지 내에서 고의적인 소음 유발행위 금지와 이를 위반 시 각 원고에게 1일 당 50만 원을 지급하는 간접강제를 청구했다.

재판부는 △공동주택 내에서 어느 정도의 소음은 발생할 수밖에 없으므로 수인한도 내의 소음 발생행위까지 위법하다고 할 수 없는 점 △고의적인 소음 유발행위의 개념이 추상적이며 위반 여부도 원고들의 주관적인 판단에 의존될 가능성이 높은 점 등을 이유로 금지 청구 및 간접강제 청구를 기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