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민원→과태료→비송사건’ 관리 현장 고통 치유할 명약 없나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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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admin | 등록일 | 2023.07.08 | 조회수 | 184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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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 지자체 감사 실태
“과태료 무서워 주택관리사 하겠나.” 아파트 등 공동주택을 관리하는 주택관리사들은 요즘 과태료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게다가 세대 내 전기 및 소방시설 점검, 입주자대표회의 회의록 공개, 자동차 통행방법 안내 등 공동주택 관리 의무사항이 늘어나 현장에서는 “과태료 부담이 더 커질 것”이라며 피로감을 호소한다. 부쩍 늘어난 감사에 소장 홀로 부담 지자체는 아파트에 과태료를 때리기에 앞서 감사를 벌인다. 그런데 한국주택관리연구원의 강은택 연구위원, 안아림 책임연구원의 연구에 따르면 의무관리 공동주택 단지 수 증가 속도보다 지자체의 감사 건수 증가 속도가 훨씬 높았다. 통계가 확보된 수도권 26개 시·군·구의 의무관리대상 공동주택의 최근 3년간 감사 건수는 △2019년 135건 △2020년 157건 △2021년 174건으로 2년간 28% 증가했다. 그야말로 ‘감사 풍년’이다. 이 기간 의무관리대상 공동주택 단지 수 증가율 6%보다 훨씬 높다. 경기 모 아파트 A소장은 “요즘 주변에서 감사를 받았다는 소장 숫자가 확실히 늘었다”며 “지자체들이 매년 감사 단지 수를 늘리고 행정처분을 많이 때려 실적을 올리는 것 같다”며 분개했다. 일부 지자체는 아예 상시 감사 체계를 구축하기도 한다. 수도권 중 유일하게 별도 공동주택 감사팀을 운영하는 경기도는 “연초에 감사계획을 세우는데 보통 20~25개 단지를 목표로 정한다”며 “시군의 수요조사를 통해 선정하는 민원감사와 상‧하반기 각각의 주제를 정해서 실시하는 기획감사로 구분된다”고 설명했다. 경기도 한 지자체의 공동주택 조사팀 관계자는 “2018년에 공동주택관리팀에서 분리된 공동주택조사팀은 감사를 주 업무로 삼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감사 건수나 행정처분의 건수를 실적으로 삼지는 않는다”면서도 “조사팀이 감사에 충실하지 않으면 팀의 존재 의의가 약해지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경기도의 공동주택 관리 감사 항목은 △사업자선정지침 △주택관리업자 선정 △장기수선계획충당금 등 크게 13개로 나뉜다. 세부적인 체크리스트를 살펴보면 수백 가지나 된다. 각 지자체가 묶어내는 ‘공동주택 관리실태 감사 사례집’을 보면 지자체마다 감사 때 지적하는 내용이 수십 가지에 이른다. 이처럼 넓은 범위의 업무에 대한 감사 책임은 주택관리사인 관리사무소장이 홀로 부담한다. 모 아파트 B소장은 “다른 기관의 감사는 업무별로 담당자가 책임을 나눠지지만 아파트만 소장이 모든 책임을 지는 것은 잘못된 일”이라며 “입대의나 관리주체에 과태료 처분이 내려져도 소장이 알아서 내는 경우가 허다하다”고 지적했다.
감사 비율 서울>인천>경기 공동주택 감사실시 건수는 지역별로 큰 차이를 보였다. 한국주택관리연구원이 서울 12개 구, 경기 11개 시·군, 인천 3개 구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서울, 인천, 경기 순으로 감사실시 비율이 높았다. 서울시의 경우 2021년 12개 구의 단지 중 7.4%가 감사를 받았다. 수도권 중 가장 낮은 경기도는 같은 해 3.4%로 서울의 절반 이하였다. 서울시에서도 자치구별로 차이가 심했다. 노원구의 감사실시 비율은 △2019년 6.2%(12건) △2020년 16.8%(33건) △2021년 15.2%(30건)였으며, 서대문구는 △2019년 8.8%(6건) △2020년 9.5%(7건) △2021년 16.2%(12건)로 나타났다. 노원구는 2020년도에 전년의 약 3배로, 서대문구는 2021년도에 전년의 약 2배로 늘어난 것이 눈에 띈다. 이에 대해 노원구와 서대문구 측은 각각 2019년도와 2020년도에 관내 아파트에서 회계사고가 발생한 이후 감사를 강화했다고 밝혔다. 서대문구 공동주택관리팀 C주무관은 “아파트별로 5년에 한 번씩 감사를 실시하고 있지만 5년 주기도 길다고 생각해 앞으로 감사 단지를 더 늘릴 예정”이라며 “감사를 자주 해야 회계사고 및 법령 위반사항을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노원구 모 아파트 D소장은 “어느 한 단지에서 문제가 터졌다고 해서 자치구 내 아파트 모두를 조사하는 것은 과도한 행정”이라며 “소장 부임 직후 감사를 받았고 내가 근무하지도 않은 기간에 대한 과태료를 받은 적이 있다”고 말했다. 최근 감사를 받은 적이 있다는 E소장은 “구에서 실태조사 통보를 받은 날부터 조사가 끝나는 날까지 1~2개월은 업무를 못 할 정도로 긴장했다”며 “소장이 당하는 심리적인 압박감은 말도 못 한다”고 토로했다. F소장은 “감사가 잦은 지역의 경우 구에서 실태조사를 나온다고 하면 앞서 조사받았던 소장들에게 자문을 구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반면 강서구와 구로구는 감사 비율이 현저히 낮았다. 강서구는 2019년 1.9%(3건)에 이어 2020년과 2021년에는 1.3%(2건)를 실시했다. 구로구는 2021년에 1.5%(2건)를 실시했고, 2019년과 2020년에는 감사를 실시하지 않았다. 구로구 주택정책팀 G주무관은 “공동주택관리의 투명화를 추구하는데 감사가 능사는 아니다”라고 단언했다. 그는 “감사는 아파트에 부담이 되는 행위로 아파트의 주민자치를 존중해 다른 지역처럼 정기 감사 계획은 만들지 않는다”며 “민원이 들어와도 무조건 감사를 나가지 않고 감사가 꼭 필요한 상황인지 따져 본다”고 말했다. H소장은 “구로구 아파트에서 근무한 지 10년이 넘었지만 주변에서 감사를 받았다는 소장은 아직 만나본 적 없다”며 “만일 감사 실시가 잦은 구에서 일했다면 언제 감사를 나올지 조마조마해 일하는 데도 지장이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감사 후 행정처분 더 늘어 감사 후 행정처분은 더 많아졌다. 수도권 26개 시·군·구가 아파트에 때린 행정처분 및 지도는 2019년 800건에서 2021년 1172건으로 2년간 46% 증가해 감사 건수 증가율(28%)을 크게 앞질렀다. 무거운 처분인 과태료는 2019년 206건, 2020년 219건, 2021년 266건으로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 감사를 받은 단지에 내려진 평균 행정처분 건수는 2021년 기준 6.7건이나 됐고 이 중 과태료는 1.5건이었다. 감사를 받았다 하면 과태료 한두 건은 각오해야 한다는 말이다. 지난해 감사에서 과태료 4건, 시정명령 10건의 행정처분을 받은 I소장은 “어떻게든 지적할 것을 찾아내기 위해 눈에 불을 켠 듯한 모습이었다”며 “건수를 많이 잡아 목표를 채우려는 것 아니냐”고 분개했다. 경기도 한 지역의 공동주택 조사팀 관계자는 “감사 목적이 행정처분 건수를 많이 잡는 것은 절대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시에서 그냥 넘긴 부분을 추후 경기도 등 상급기관이 조사해 처분할 수도 있다”며 “특히 과태료의 경우 여러 건이 적발되더라도 가장 무거운 과태료만 부과하면 되므로 꼼꼼하게 감사해서 한 번에 처분을 내리는 것이 아파트에 좋을 것”이라는 주장을 폈다. 이에 대해 강은택 연구위원은 “진정 아파트를 위해서라면 과태료 처분 대신 시정명령이나 경고만으로도 충분하다”며 “굳이 과태료 처분 건수를 늘려놓고 할인해주는 듯이 하는 것은 납부자가 쉽게 받아들이도록 유도하려는 의도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과태료는 강제성을 띤 행정벌이라 제한적으로 활용해야 함에도 지자체가 남용하고 있어 큰 문제”라면서 “이러한 처분을 당한 당사자는 생계의 위협까지 느낀다는 점을 지자체가 꼭 알아둬야 한다”고 강조했다.
출처 한국아파트신문 다른 기사는 첨부 파일 첨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