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리주체 동의 안받은 현수막’ 철거하면 유죄? 무죄?
작성자 admin 등록일 2024.01.24 조회수 40

아파트 입주민 간의 갈등 끝에 관리주체의 동의를 받지 않고 상대를 비난하거나 결정되지 않은 사업을 홍보하는 목적으로 아파트 내에 현수막을 게시하는 일이 잦다. 이 경우 관리사무소장은 현수막을 제거해야 할지 말아야 할지 고민이 크다. 입주자대표회의 의결을 받아 철거해도 법원에서 유죄 판결을 내리는 사례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동의 받지 않은 현수막 등을 철거해 재물손괴 혐의를 받았으나 법원으로부터 무죄 판결을 받은 사례와 유죄 판결 사례를 비교해 본다.

◇홍보물 관리규정 등에 따른 제거 ‘무죄’

서울북부지방법원(판사 송혜영)은 최근 아파트 단지 안에 걸려 있던 현수막을 제거해 재물손괴 혐의를 받은 서울 동대문구 모 아파트 전 관리사무소장 A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이 판결은 지난해 11월 24일 확정됐다.

A소장은 2022년 아파트 리모델링주택조합설립추진위원회가 설치한 건설사 명의의 명절 인사 현수막, 승강기 앞에 설치한 리모델링사업추진 주민설문조사서 회수함, 리모델링사업 홍보게시물을 임의로 철거한 혐의로 기소됐다.

A소장 측은 “관리주체의 동의를 얻지 않고 설치된 현수막과 게시물을 제거하도록 한 아파트 관리규정에 따른 것으로 정당행위이며 주민설문조사서 회수함 철거는 입대의 회장 지시에 따른 것으로 위법성이 조각된다”고 항변했다. A소장 측에 따르면 관리주체는 리모델링추진위에 여러 차례 현수막 등의 자진철거를 청구했음에도 이를 제거하지 않자 입대의 의결에 따라 현수막 등을 직접 제거하기로 했다.

법원은 A소장의 주장을 받아들였다. 송 판사는 ‘입주자등이 공동주택에 광고물·표지물을 부착하려는 경우 관리주체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고 규정한 공동주택관리법 시행령과 ‘광고물, 선전물 등을 지정되지 않은 장소에 붙이거나 미관을 해치는 행위에 대해 관리주체가 부동의 해야 한다’고 정한 아파트 관리규약을 근거로 들었다.

특히 아파트의 광고 및 홍보물 관리규정이 법원의 판단에 영향을 미쳤다. 홍보물 관리규정은 ‘관리주체의 인장으로 동의를 받지 않고 게시된 현수막과 승강기 내·외부에 부착하는 광고 및 홍보물을 발견하는 경우 관리주체는 즉시 제거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송 판사는 리모델링 사업 추진과 관련해 찬성 측, 반대 측 입주민들의 대립으로 여러 분쟁이 있는 가운데 리모델링추진위가 관리주체 동의 없이 현수막 등을 설치했다는 점도 판단의 근거로 삼았다.

◇관리주체에 철거 권한 없어 ‘유죄’


의정부지방법원 남양주지원(판사 최치봉)은 남양주시 모 아파트의 관리규약 개정안 서명 내용의 현수막을 제거하도록 지시한 소장 B씨와 커터칼로 현수막을 자른 관리직원 C씨에 재물손괴죄를 인정해 각각 벌금 30만 원, 20만 원을 선고했다.

피고인들은 관리규약에 따라 불법적으로 설치된 현수막을 적법하게 철거했으므로 정당행위라고 주장했으나 법원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최 판사는 “설령 현수막이 관리규약을 위반해 설치됐다고 하더라도 관리사무소나 소속 직원이 이를 철거한 적법한 권한이 있다고 볼 법률상 또는 규약상 아무런 근거가 없다”고 봤다. 최 판사는 또 이들이 현수막을 단순히 제거한 것이 아니라 커터 칼로 찢어 효용을 완전히 훼손했다는 점에 주목했다.

서울동부지방법원(판사 김예영)은 서울 송파구 아파트 재건축 추진 현수막을 제거한 입대의 회장과 소장 C씨에게 각각 벌금 30만 원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했다. 입대의 의결을 거쳤어도 적법하지 않고 관리주체에 동의 받지 않은 현수막의 철거 권한이 있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김 판사는 또 관리주체가 현수막 자진 철거를 청구하거나 민사소송을 제기해 강제집행으로 구제받는 등의 법정 절차를 통해 업무를 수행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당행위 요건 여부로 유무죄 갈려

소장의 현수막 철거가 재물손괴죄로 인정된 판례를 살펴보자. 법원은 공동주택관리법령에 광고물 등의 게시를 할 때 관리주체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는 규정은 있어도 동의받지 않은 광고물 등을 관리주체나 입대의가 철거할 수 있다는 규정은 없다는 사실을 내세우고 있다. 관리주체는 광고물 등 게시 동의 권한은 있어도 동의받지 않은 광고물 등을 철거할 권한은 없다는 의미다.

현수막 철거와 관련한 기존 판례 흐름에 A소장 역시 무죄 판결을 받기 어렵다고 생각해 자포자기 심정이었다. 하지만 A소장은 대한주택관리사협회와의 상담에서 용기를 얻었다. 대주관 변호사가 “이 아파트는 홍보물 관리규정이 있어 기존과 다른 판결이 나올 수도 있겠다”고 조언했기 때문.

A소장은 “그동안의 판례를 보니 나도 당연히 재물손괴죄에 해당하겠다 싶었는데 대주관 상담과 사건 담당 변호사의 조언 덕분에 관리주체의 업무 권한을 존중하는 선례를 남길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다른 단지들도 광고물 등 관리규정을 만들어 두고 철거 절차를 숙지해 동의 받지 않은 현수막 문제에 대비하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사건을 담당한 박재형 변호사(법무법인 서울제일)는 “동대문구 아파트 사례의 경우 광고물 관리규정이 있고 관리주체가 리모델링추진위에 현수막 철거를 수차례 요청했으나 이행되지 않자 입대의 의결로 철거했다는 점에서 법원이 정당행위 요건을 갖췄다고 본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 변호사는 “이번 판례가 모든 아파트에 똑같이 적용되지는 않으니 정당행위 요건을 잘 살펴야 한다”고 강조했다.

출처 : 한국아파트신문(http://www.hapt.co.kr)



출처 : 한국아파트신문(http://www.hap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