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리 지식in] 과태료 대응 노하우 (1)
과태료는 현장 관리사무소장들이 가장 듣기 싫어하는 단어일 것 같다. 2건의 과태료 부과에 대해 처분 취소를 받아낸 경험이 있다. 소장들의 과태료 대응에 조금이라도 보탬이 되길 바라면서 사례를 소개한다.
2019년 9월 말경 관리규약에서 정한 선거관리운영비를 초과해 집행한 일이 있다. 원래 기준 금액은 연간 300만 원을 집행하는 것이었는데 500만 원을 썼다. 이 부분에 대해 입주민이 민원을 제기했다. 이에 즉시 소명자료를 통해 ‘동대표의 잦은 사퇴로 인해 선거를 여러 번 할 수밖에 없었다’는 현장의 사정을 시청에 피력했다. 동대표의 공석으로 입주자대표회의가 구성되지 않는다면 관리규약을 개정할 수도 없는 등 단지가 정상적으로 돌아가지 않는다는 점도 함께 주장했다. 하지만 시청은 이를 인정하지 않고 과태료 부과 사전예고통지를 했다.
이처럼 민원 또는 감사로 위반사항이 발견되면 소명자료 제출을 요구받고 관리주체나 입대의 또는 드물게 선거관리위원회가 소명자료를 제출하게 된다. 지자체가 과태료 처분 항목에 해당한다고 판단하면 과태료 부과 사전통지(해당금액의 80%)를 한다. 이대로 납부하면 종결된다.
아니면 의견서를 제출한다. 기간은 10일 이상이 주어진다. 이것이 수용되면 부과 처분을 하지 않는다. 불수용 되면 과태료 처분이 확정된다(100% 금액). 이때도 과태료를 내면 종결된다.
나는 사전예고통지에 불응해 의견서를 제출했다. ‘선거를 통해 선출된 동대표가 사퇴하는 것은 소장의 업무 범위 밖이다’라는 내용이었다. 의견서 등을 작성할 때 위탁관리업체는 과태료 납부를 종용하기도 한다. 법원은 쉽사리 처분 취소를 해주지 않는다는 것이다. 소장들이 직접 작성한 의견서로는 재판부 설득이 쉽지 않다고도 한다. 그래도 나는 강행했다.
시청은 이번에도 이를 수용하지 않았다. 결국 2019년 10월 과태료 300만 원을 확정부과 통지했다. 나는 그다음 달에 이의신청을 제기했다. 이때 고민이 많았다. 일반 업무도 많은데 과태료 재판까지 신경 쓰다 보면 삶의 질이 나빠지는 게 자명했다. 그러나 과태료 처분을 받아들이면 잘못을 인정하는 꼴이 된다. 이후 소장으로서 근무하면서 자괴감이 들 것 같았다. 그래서 비송사건에 뛰어들었다.
이의신청하게 되면 과태료 부과처분의 효력이 상실되며 잘못돼도 가산금이 붙지 않는다. 사건을 받은 법원은 약식결정(심문기일을 정하지 않고 부과처분취소 또는 감액 등으로 재판종결)을 하든지 아니면 심문기일(당사자를 법원에 출석시킴)을 정해 재판을 열고 결정하게 된다. 감액 결정에 대해 다시 이의신청해 심문기일을 지정받고 심문기일에 출석 소명할 수도 있다.
내가 이의신청을 하고 1년이 지난 2020년 9월, 법원은 약식(법정에 출석하지 않고 판사가 기록을 토대로 결정)으로 과태료 300만 원을 200만 원으로 감액 결정했다. 나는 다시 법원에 이의신청을 냈다. 유리한 자료로 활용될 수 있는 의견서, 탄원서 등을 사전에 제출했다. 당시 단지 선거관리위원장이 작성한 탄원서에는 선거를 자주 진행할 수밖에 없는 사유와 소장의 귀책이 아닌 입주자 등의 문제 등이 담겼다.
2020년 11월 4일 법원에 출석해 억울한 사정을 소명했다. 이때 복장은 최대한 단정하게 하고 공손한 태도를 보이는 게 좋다. 과태료 재판은 형사 재판에 준해서 열리기는 하지만 검사가 출석한 경우는 보지 못했다. 억울한 사정을 심문기일 전에 문서로 재판부에 제출하고 꼭 하고 싶은 말은 출석해 간략하게 언급한다. 이때 장황한 답변, 핑계 위주의 답변은 좋지 않다.
며칠 후인 9일 법원은 과태료 부과 처분 취소를 결정했다. ‘동대표의 잦은 사퇴로 인해 선거 횟수가 증가하고, 관리규약을 개정하려고 해도 동대표가 선출되지 않으면 안 되는 사정 등을 종합하면 위반자에게 고의 또는 과실이 있다고 볼 수 없다’는 이유였다. 내가 시청을 이겼다.
출처 : 한국아파트신문(http://www.hap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