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장충금 턱없이 부족…필요한 노후시설 공사 제때 못해”
작성자 admin 등록일 2024.02.22 조회수 38

“아파트의 연식이 오래된 승강기를 교체해야 하는데, 모아 놓은 장기수선충당금이 부족해 공사를 못 하고 있네요. 장충금을 올리려 해도 입주민의 동의를 얻는 게 쉽지 않습니다.”

아파트의 노후시설을 보수하기 위해 적립하는 장충금이 턱없이 모자라 필요한 공사를 제때 못하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공동주택 관리현장에서는 적정한 장충금이 걷힐 수 있도록 최소적립기준이 마련돼야 한다고 입을 모아 말한다.

장충금은 장기수선계획에 따라 공동주택의 승강기, 배관 등 주요 시설을 교체 및 보수하고 외벽 도색, 조경 작업 등을 진행하는 데 집행하는 돈이다. 장기수선계획에 잡혀 있는 공사를 제때 진행하지 못하면 시설이 노후화되고, 이는 입주민의 안전에 나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그러나 공동주택 관리현장에서는 필요한 공사를 적시에 하지 못한 경험담이 자주 들려온다. 많은 아파트에서 장충금을 적게 책정한 바람에 공사에 드는 비용보다 모아 놓은 적립금이 부족한 것이 그 이유다. 

서울 A소장은 “2020년 정기 조정한 장기수선계획서에 지하주차장 에폭시 공사를 2000만 원으로 잡았는데, 최근 입찰을 받아보니 물가상승으로 인해 공사비용이 3000만 원 수준으로 올라 공사를 하지 못했다”고 털어놓았다. 그는 “우선 입주민 동의를 받아 장기수선계획을 수시조정 후 공사하려고 하는데, 장충금 인상안을 꺼냈을 때 입주민 반발이 두렵다”고 토로했다. 그는 3~5년이 지나면 해야 하는 외벽도색도 7년째 못하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장기수선계획상 큰 금액이 드는 공사를 위해서는 적립금액이 부족하지 않도록 적정 수준의 장충금을 걷어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적립 단가를 올려야 한다. 하지만 “엄한 데 돈 쓰는 것 아니냐”는 일부 입주민의 잘못된 인식 때문에 일을 추진하기가 쉽지 않다. 


한국아파트신문이 최근 전국의 주택관리사 11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59%가 “장충금이 부족해 금액을 늘렸을 때 입주민의 반대를 경험했다”고 답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한 방법으로 “게시판 등을 활용해 사유를 설명했다”는 답변이 61%로 가장 많았고 △반발에도 불구하고 집행(37%) △동대표가 나서 입주민 설득(15%)이 뒤를 이었다. “입주민의 반대에 부딪혀 장충금을 원래 금액대로 걷었다”는 답변은 19%로 나타났다. 

일선 소장들은 현재 근무하는 단지의 장충금 적립 수준에 대해 어떻게 생각할까. 설문에서는 ‘적합하지 않다’는 답변이 48%로 ‘적합하다’(16%), ‘보통이다’(36%)보다 많았다. 이들은 적합하지 않은 이유(복수응답)로 △시설 노후화 대응에 적립액 부족(66%) △향후 시설이 노후화될 때 적립액이 부족할 것으로 우려(57%) △몇 년째 같은 적립기준(15%) 등을 들었다. 

응답자들의 93%는 “적시의 장기수선공사 집행을 위해 장충금 최소적립기준을 수립해야 한다”고 한목소리로 응답했다. 이들은 “장충금을 올리지 못하고 장기간 방치해 공사를 하지 못하는 경우를 봤다”, “입주민들은 적은 돈을 내길 바라는데, 최소적립기준이 있으면 입주민들을 설득 자료로 활용해 장충금 적립금액을 인상하기 용이할 것” 등의 반응을 보였다.

현행 공동주택관리법 시행령 제31조에 의하면 국토교통부 장관이 주요시설의 계획적인 교체 및 보수를 위해 장충금의 최소적립금액 기준을 고시할 수 있게 했다. 하지만 국토부는 지금껏 이를 제시한 적이 없다. 국토부는 2017년 ㎡당 적정 장충금을 628.5원으로 산정하고, 아파트들의 장충금을 통합 관리하는 기금을 만들면서 최소적립기준도 만드는 방안을 추진할 것이라고 밝히긴 했다. 그러나 이는 현재까지 유야무야 상태다. 

공동주택관리정보시스템(K-apt)에 따르면 지난해 ㎡당 월 부과되는 장충금은 전국 평균 239원이었다. 전용 84㎡(32평)형을 기준으로 환산하면 세대당 월 장충금은 2만 원인 셈. 국토부가 2017년에 제시한 기준으로 계산해도 5만2000원은 걷어야 한다는 것인데 이의 40%도 안되는 금액이다.

국토부의 최소적립기준을 내놓지 못한 데 대해 한 공동주택 관리 전문가는 “최소 기준이 만들어지면 관리비가 큰 폭으로 오를 수 있는데, 국토부가 저 정도의 금액이 왜 필요한지에 대해 객관적 자료나 근거를 제시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전문가가 바라본 적정한 장충금 적립금액은 어느 정도일까. 장충금 적립 기준이 아파트의 노후 상태에 따라 달라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한대철 장기수선기술원 본부장은 “전국 아파트가 평균적으로 수선하는 주기를 고려했을 때 최근에 지어진 아파트는 ㎡당 최소 450원 이상, 수선 항목이 비교적 적은 20~30년 된 아파트는 250원 이상을 적립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LH토지주택연구원의 장기수선제도 개선 연구에 자문위원으로 참여했던 오주식 주택관리사는 “현재 공동주택에서 걷고 있는 장충금 적립금액은 턱없이 부족한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다만 그는 “지어진 아파트를 50~100년 동안 잘 관리해 사용할 목적이라면 장충금 적립기준을 인상하는 것이 바람직하지만, 30년 정도 된 아파트를 재건축하기 위해 허물고 새로 짓는 기조가 지속된다면 장충금 인상 문제는 고민해 봐야 할 과제”라고 말했다. 

 

 

박상현 기자 spark@hapt.co.kr


출처 : 한국아파트신문(http://www.hap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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