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계설비 첫 성능점검 받아보니
작성자 admin 등록일 2024.03.28 조회수 157

기계설비법 개정으로 500세대 이상 아파트에 기계설비 성능점검 숙제가 주어졌다. 이제 곧 마감일이 다가온다. 오는 4월 17일까지는 성능점검을 마무리해야 과태료를 피할 수 있다. 



현재 근무 중인 아파트는 지난해 말부터 업체를 선정하고 점검 일자를 확정했다. 점검 당일 업체에서는 총 5명이 점검을 나왔다. 아파트 전체의 기계설비를 점검하는 줄 알고 많은 인원이 투입된 거라 생각했다. 알고 보니 아파트 전체의 기계설비를 점검하는 것이 아니라 총 개수의 일정 비율만 점검하는 것이었다. 다음 해에는 같은 방식으로 다른 기계설비를 점검하면 된다. 

사무실에서 관리사무소장, 과장과 함께 일정에 대한 짧은 미팅을 가진 후 본격적인 점검이 시작됐다. 최초 성능점검을 하는 아파트는 기계실부터 점검을 시작한다.

업체 직원들을 지하에 있는 기계실로 안내했다. 처음 받는 성능점검이다 보니 긴장도 되고, 잘 지켜봐야겠다는 생각에 소장에게 보고하고 계속 동행했다. 직원이 따라다니는 게 불편할 수도 있었을 텐데 업체에서는 전혀 신경 쓰지 않고 점검하는 부분마다 설명을 해줘서 점검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졌다.

기계실은 물탱크, 소방펌프, 부스터펌프 등 주요 장비들이 모인 곳이다. 일차적으로 부품의 스펙을 작성했다. 이어 배관·보온재의 두께, 펌프의 외부 온도, 물탱크 수온, 급배기의 풍량 등을 전문 장비로 측정했다. 단 한 번 측정이 아니라 여러 번 측정한 값 모두를 체크하거나 결과 값을 냈다. 

점검은 점심 식사 후에도 계속됐다. 자동 설비, 패키지 에어컨, 펜룸의 풍량 체크 등 작업을 시작했다. 의외로 패키지 에어컨에 중점을 많이 두는 것을 볼 수 있었다. 관리동에는 관리실만 있는 게 아니라 놀이터, 경로당, 주민 이용 시설들이 있어 에어컨 설치 수량이 적지 않다. 실내기보다는 실외기를 중점적으로 내부 풍량, 진동음, 발열 등을 체크했다. 다행히 우리 아파트는 실외기가 옥상 한곳에 모여있어 점검하기 어렵지 않았다. 오전 10시쯤 점검을 시작해서 오후 4시경 마무리됐다. 

점검 후 업체 직원들과 잠깐 담소를 나눌 시간이 있었다. 다른 아파트는 어떻게 점검하는지 물어보니 “대부분 비슷하다”고 했다. 한 직원은 “연식이 있는 아파트는 점검이 어렵다”면서 “설비가 많이 노후화됐고 점검하는 곳이 청결하지 않아 곤욕을 치르기도 했다”고 말했다. 그나마 전체를 점검하는 것이 아니라 업무 부담은 덜 된다며 긍정적으로 말해줬다.

이들이 떠난 뒤 기계설비유지관리자로서 생각이 많아졌다. 아파트의 모든 기계설비를 관리한다는 명목하에 만들어진 제도에 불만을 가졌던 건 사실이다. 관리사무소의 업무량은 고려하지 않는 탁상행정도 맘에 들지 않았다. 기계설비를 유지하는 업무보다 방대한 서류작업이 더 숨 막히게 했다. 정부에서 단속하는 것이기에 확실하게 하지 않으면 과태료를 받으니 신경을 쓸 수밖에 없다.

불만이 많았지만 점검을 직접 받아보니 관리사무소에서 당연히 신경 써야 할 것을 이제야 한 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기계설비 성능점검을 해야 한다는 것에 이의는 없다. 하지만 그 방법은 좀 더 고민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정부와 관리사무소가 머리를 맞대고 실무자의 업무 부담이 덜할 방안을 찾아야 할 것 같다.



출처 : 한국아파트신문(http://www.hap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