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자체의 과도한 과태료 부과가 부적정하다는 법원의 결정이 나와 주목을 끌고 있다.
경기 평택시가 2022년 A아파트 관리주체에 부과한 1000만 원의 과태료가 최근 2심 법원에서 50만 원으로 대폭 깎였다.
평택시는 2022년 3월 A아파트를 감사하고 총 35만 원 상당의 장기수선 항목 구입비가 관리비로 집행됐다며 과태료 1000만 원을 부과했다. 지적 대상은 화재감지기 30개 구입비 약 18만 원 및 스피커 10여 개 17만 원 등이었다.
관리주체의 이의신청으로 비송사건으로 접수돼 약 1년 반이 경과한 지난 1월 1심에서 500만 원으로 감해졌다. 이어 위탁사의 항고에 서울중앙지방법원(판사 서영효)은 지난 3월 과태료 50만 원을 결정했다.
법원은 우선 “공동주택관리법 제29조, 제30조 및 제90조 제3항의 각 내용과 입법 취지 등에 비춰 볼 때 관리비등의 ‘항목 외 사용’을 엄격히 금지해야 할 필요성은 대단히 크다”고 설명했다.
법원은 “A아파트는 총 8개 동 486세대의 중대형 규모로 위반행위로 인해 관리비에서 지출된 금액은 35만여 원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서 판사는 “형사처벌이나 과징금 같은 행정 제재벌과 마찬가지로 과태료를 부과할 때도 헌법이 천명한 책임주의 원칙이 관철돼야 한다”고 밝혔다. 위반행위의 내용 및 그 위반의 정도와 과태료 부과금액 사이에는 적정한 균형이 이뤄져야 할 뿐 아니라 과태료 금액은 책임에 기초하고 그 책임에 비례해야 한다는 것이다.
서 판사는 또 “과태료 부과기관이나 이를 심리하는 법원은 위반행위와 과벌 사이의 균형원칙 및 책임주의 원칙이 훼손되지 않도록 유의해야 한다”며 “위반행위에 따른 오사용 금액이 35만여 원인데 그보다 10배 이상인 500만 원 내지 1000만 원의 과태료를 부과하는 것은 위반행위와 과벌 사이의 균형원칙 및 책임주의 원칙을 훼손할 여지가 다분하다”고 지적했다.
법원은 다만 “공동주택관리법의 제 규정에 따라 관리비 등의 ‘항목 외 사용’을 엄격히 금지해야 할 필요성은 대단히 커 과태료 부과를 면할 수는 없다”며 “질서위반행위규제법에 따라 과태료 금액을 위반금액에 상응하는 50만 원으로 결정한다”고 밝혔다.
과태료 처분 당시 A아파트 관리사무소장이었던 이상돈 주택관리사는 “행정지도로 끝냈어야 할 일인데 과태료 처분을 하는 사례가 너무 많다”며 지자체의 부적절한 처분을 비판했다. 지난해 제10대 협회장 선거에 후보로 나서기도 했던 이 소장은 “지자체는 부당한 처분이 확정되기도 전에 입주민에게 이를 알리도록 하고 있다”며 “이런 행위는 소장의 명예를 실추시키고 소장이 심리적으로 위축되게 만든다”고 지적했다. 그는 “법원에서 과태료가 취소됐더라면 감사한 공무원을 직권남용죄와 명예훼손에 대한 손해배상청구로 책임을 물으려 했다”며 법원의 결정을 아쉬워했다.
이 소장은 또 자신에게 부과됐던 과태료는 지난해 초 한국아파트신문에서 알린 파주 44만 원 장충금 과태료 사건보다 몇 달 먼저 일어났던 일이라며 “당시 대주관 경기도회에 도움을 요청했고 본회에서도 알았을 것으로 생각되는데 지원받은 것은 없었다”고 말했다. 이 소장은 이번 결정에 대해 “아파트 현장에서 소소한 규정 위반에 관한 법원의 일관된 판례는 입주민의 이익을 위하고 투명성과 공정성이 지켜지는 한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라고 지적했다.
김상호 기자 skim@hapt.co.kr
출처 : 한국아파트신문(http://www.hap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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