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게시간’ 사용자의 지휘·감독 아래 있었다면 ‘근로시간’
작성자 admin 등록일 2018.01.01 조회수 968

 경비원들이 야간휴게시간에 별도의 휴게공간이 아닌 근무초소에서 가면(몸은 자고 있어도 머리는 활동하고 있는 상태)을 취한 것을 두고 이는 비상상황을 대비한 ‘대기시간’으로 사용자의 지휘·감독 아래 있었다고 판단, 근로시간에 포함해야 한다는 취지의 대법원 판례가 나옴에 따라 공동주택 관리현장에 큰 파장이 예상된다.


 대법원 제1부(주심 박상옥 대법관)는 지난 13일 서울 서초구 S아파트 경비원 5명이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를 상대로 제기한 임금 청구소송 상고심에서 경비원들의 상고를 받아들여 원심 판결을 파기, 서울중앙지방법원 합의부에 환송했다.


 소송을 제기한 경비원 5명 가운데 4명은 2003년 4월경부터 2013년 11월경까지, 2009년 8월경부터 2013년 3월경까지, 2010년 11월경부터 2012년 12월까지, 2011년 8월경부터 2014년 2월경까지 S아파트에서 각 근무했으며, 1명은 2011년 8월경부터 현재까지 근무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자치관리였던 이 아파트에서 격일제 근무를 한 이들 경비원들의 근무시간은 18시간으로 휴게시간은 점심 1시간, 저녁 1시간, 야간 4시간으로 정해져 있었다. 

 하지만 경비원들은 야간 및 식사휴게시간에도 ‘사용자의 지휘·감독’하에 근무초소인 경비실에서 가면을 취하거나 식사를 했다면서 휴게시간은 사실상 근무시간으로 그 시간 동안의 임금(근무기간에 따라 적게는 1,000만원에서 많게는 1,500만원)도 지급하라며 지난 2014년 6월경 입대의에 대해 소송을 제기하고 나섰다.

 온전한 휴게시간이 아니었다는 경비원들의 주장에 대해 1심 법원은 2015년 7월경 “경비원들의 야간 및 식사휴게시간에 관해 입대의의 실질적인 지휘·감독 아래 있었다고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다”면서 다만 1개의 순찰조를 이루게 해 6일 중 4일은 야간휴게시간에 1시간씩 순찰업무를 수행하도록 한 사실을 인정해 이 부분에 대한 임금 청구는 받아들였다. 


 1년 뒤인 지난해 7월에 나온 2심 법원의 판결도 1심과 동일했다. 입대의가 관리사무소장을 통해 경비원들에게 문서로 지시한 특별지시, 직원 중요 숙지사항 등에 ‘24:00~04:00 가면상태에서 급한 일 발생 시 즉각 반응(별도 취침시간, 장소 없음)’이라고 기재돼 있긴 하지만 이는 경비원들이 야간휴게시간 중 긴급 상황으로 불가피하게 근로에 착수해야 하는 근무형태에 기인한 것으로 입대의의 실질적인 지휘·감독이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본 것이다.


 그러나 상고심 대법원의 판단은 이와 달랐다. 상고심 재판부는 먼저 대법원 판례(2006다41990)를 참조 “근로기준법상의 근로시간이란 근로자가 사용자의 지휘·감독 아래 근로계약상의 근로를 제공하는 시간을 말한다”며 “근로자가 작업시간 도중에 현실로 작업에 종사하지 않은 대기시간이나 휴식·수면시간 등이라도 그것이 휴게시간으로서 근로자에게 자유로운 이용이 보장된 것이 아니고, 실질적으로 사용자의 지휘·감독 아래 놓여 있는 시간이라면 근로시간에 포함된다”고 전제했다.

 “입대의가 관리소장을 통해 문서로 지시한 특별지시, 직원 중요 숙지사항 등은 경비원들에게 별도의 취침시간과 장소가 없다는 전제에서, 야간휴게시간에 근무초소 내의 의자에 앉아 가면상태를 취하면서 급한 일이 발생할 시 즉각 반응하도록 지시한 점, 야간휴게시간에 근무초소 내의 조명을 켜놓도록 한 점, 야간휴게시간에 입대의의 지시로 시행된 순찰업무는 경비원마다 매번 정해진 시간에 이뤄지지 않았고, 이로 인해 나머지 휴게시간의 자유로운 이용이 방해된 것으로 보인다”고 인정했다.


 재판부는 이에 따라 “경비원들의 야간휴게시간은 자유로운 이용이 보장되는 휴식·수면시간으로 보기 어렵고, 혹시 발생할 수 있는 긴급상황에 대비하는 대기시간으로 볼 여지가 충분하다”고 강조했다.

 “입대의가 관리소장을 통해 야간휴게시간 등에 관한 실질적인 지휘·감독을 했다고 볼 여지가 크다”고 판단했다. 이에 대한 근거로는 야간휴게시간에 근무초소에서 불을 끄고 취침하는 경비원들에 대해 입주민들의 지속적인 민원이 제기된 점, 2012년 9월경 작성된 경비일지에는 ‘심야시간: 가면 상태임, 초소 불 끄고 취침하는 행위 근절’이라고 기재돼 있는 점, 순찰조 조장이었던 경비원은 야간휴게시간에 순찰을 돌면서 근무초소에 불이 꺼져 있는지, 경비원이 가면을 하는지 여부 등을 관찰해 보고한 사실이 있다고 진술한 점 등을 들었다.원심 법원은 경비원들 중 일부는 경비원 휴게실이 설치되기 전에 근무초소가 아닌 지하실에서 식사하거나 휴식을 취한 경우도 있었다고 봤다.


 그러나 상고심 재판부는 경비원들 일부가 사용한 지하실은 방공호로 사용되는 공간으로 휴식을 취하기에 적당한 장소가 아니었으며 ‘지하실 불필요 물자 반입금지’ 등의 지적을 당하기도 했다며 “경비원들 중 일부가 아파트에 별도의 휴게장소가 없어 부득이 입대의의 징계 등을 무릅쓰고 지하실에서 식사를 하거나 휴식을 취한 것을 두고, 입대의가 경비원들에게 휴게장소를 제공했다거나 휴게장소의 자유로운 이용을 보장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선을 그었다. 


 S아파트의 경우 2014년 2월경부터 경비원 휴게실을 설치해 휴게시간 중 이용할 수 있도록 했고 ‘휴게시간’ ‘순찰 중’이라는 푯말을 제작해 경비실에 부착하도록 했으며, 경비원의 휴게시간 및 휴게장소에 관해 입주민들에게 안내문을 통해 고지한 바 있다.

 즉 그 이전에는 입주민들에게 경비원들의 휴게시간을 제대로 알리지 않은 채 경비원들의 휴게시간을 보장하기 위한 별다른 노력을 기울이지 않았다는 반증이다.


 재판부는 ▲경비원들이 입대의로부터 근무초소 외에 독립된 휴게공간을 제공받았는지 ▲독립된 휴게공간이 아닌 근무초소에서 휴게시간을 보낸 것이 경비원들의 자발적인 의사에 의한 것인지 ▲경비원들이 휴게시간에 입대의의 지휘·감독을 받지 않고 자유롭게 휴식이나 수면을 취했는지 ▲입대의가 휴게시간에 경비원들에게 경비 또는 순찰을 지시하거나 경비원들의 근무상황을 감시하거나 보고받은 적이 있는지 ▲입대의의 휴게시간 중 경비 또는 순찰의 지시로 인해 경비원들의 나머지 휴게시간이 방해받았는지 ▲이 같은 휴게시간의 방해가 불가피한 사정에 의한 것인지 등에 관해 충분히 심리했어야 함에도 원심은 이를 면밀히 살피지 않았다며 다시 심리하라고 원심을 파기 환송했다.


 한편 최저임금 인상에 따라 경비원들의 휴게시간을 늘리려는 아파트 단지가 늘고 있는 가운데 나온 이번 대법원 판례가 휴게시간 늘리기에 제동을 거는 한편 별도의 휴게공간을 확보하는 분위기 조성에 기여할 것이라는 예측이 나오고 있다.

 

마근화 기자  yellow@hap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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