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한 ‘욜로’, 과소비 아닌 현재 충실하고 미래 대비하는 것
작성자 admin 등록일 2018.01.08 조회수 1,023
최근 하나의 사회현상이자 젊은층의 주요 소비 트렌드가 된 욜로(YOLO)는 ‘You Only Live Once(인생은 오직 한번 뿐)’의 약어로 미래 또는 남을 위해 희생하지 않고 현재 행복을 위해 사는 라이프스타일이다. 내 집 마련이나 결혼·노후 준비보다는 현재의 삶의 질을 높여주는 취미생활과 자기계발에 아낌없이 돈을 쓴다. 단순히 물욕을 채우는 것을 넘어 자신의 이상을 실현하는 과정이라는 점에서 충동구매와 구별된다. 최근 혼자 밥을 먹거나 여행하는 1인 소비문화와 만나 열풍을 일으켰다.

욜로의 진짜 의미는 한 번뿐인 인생을 의미 있고 성실하게 살아야 한다는 것이지만 일부 젊은층은 ‘한 번뿐인 인생 맘껏 즐기자’라고 왜곡해 무분별한 과소비를 지속하고 있다. 이런 소비 행태를 비꼬는 ‘탕진잼(돈을 탕진하며 느끼는 재미)’이라는 신조어도 등장했다. 

영미권 젊은이들 사이에 유행하던 욜로는 캐나다의 래퍼 드레이크(Drake)가 2011년에 발표한 곡 ‘더 모토’(The Motto)에 가사로 사용하면서 유행어처럼 번졌다. 이어 미국의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이 건강보험 개혁안 ’오바마 케어‘ 홍보영상에서 ‘YOLO, man’이라고 말하면서 대중적 관심도가 급증했다. 결국 2016년 옥스퍼드 사전에 신조어로 등재됐다. 국내에선 2016년 방송된 ‘꽃보다 청춘-아프리카편’에서 한 배낭여행객이 인사 대신 사용하면서 급속도로 퍼졌다.

지난해 취업포털 사람인이 20~30대 남녀 83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84.1%가 욜로 라이프에 대해 ‘긍정적’이라고 답변했다. 이유로는 ‘나중에 후회하지 않을 것 같아서’가 60.7%(복수응답)로 가장 많았고 ‘자기주도적인 삶을 살 수 있어서’(55.4%), ‘실용적이라는 생각에서’(30.7%)라는 답변이 뒤를 이었다. 

전문가들은 청년층의 욜로 열풍이 대가족 등 전통적 가족 단위의 해체와 1인가구 증가, 새로운 산업활동의 등장, 경기불황 장기화, 취업난, 사회 양극화 등 사회구조적 문제로 시작됐다고 설명한다. 최태규 분당차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사람들은 미래가 예측 불가능하거나 불안할수록 현재의 행복을 중시하는 경향이 있다”며 “청년층에 확산된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 현재 행복을 추구하는 요즘 세태를 견인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욜로 라이프의 유행은 개인이 노력하면 계층 상승이 가능하다는 기대가 약해진 데서 근본 원인을 찾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의학의 발달로 인한 수명연장은 노년층 욜로족을 등장시켰다. 다쓰고 죽자라는 의미의 ‘다쓰죽’은 재산을 자녀에게 물려주거나 저축하지 않고 여행과 맛집기행을 다니는 노년층의 모임이다.

경제난으로 소비심리가 위축된 상황에서 매출을 신장시키려는 기업 마케팅도 욜로라이프 인기에 한몫했다. 여행, 인테리어, 패션, 식음료, 공연업계는 ‘돈 쓰기=행복’이라는 마케팅으로 욜로족 잡기에 주력하고 있다. 
욜로족이 특히 선호하는 소비 분야는 패션과 여행이다. 지난해 온라인쇼핑사이트 G마켓이 고객 946명을 대상으로 ‘최근 스스로를 위해 구입한 품목 중 가장 비싼 금액을 지불한 것’에 대해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의류 및 패션 잡화가 32%로 1위, 항공권·숙박권 등 여행 관련 상품이 2위를 기록했다. 

욜로는 남들과 다른 경험을 쌓고, 개인의 삶의 질과 자신감을 높여주며, 미래를 위한 재충전의 시간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팍팍한 현대인의 삶에 윤활유가 될 수 있다. 하지만 한번 뿐인 인생을 의미있고 성실하게 살아야 한다는 의미를 무조건 마음껏 즐기자는 식으로 곡해하면 무분별한 과소비와 쾌락주의로 이어질 수 있다.

자유롭게 여행을 떠나고 작은 사치를 부리는 것도 결국 경제적 여유가 있어야 가능하다. ‘욜로 하다 골로 간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그게 불가능한 젊은층은 SNS에 올라온 주변 지인들의 여행사진, 비싼 음식 사진을 보면서 스스로를 초라하게 여기고 이유 없이 부모를 원망하거나 상대적 박탈감에 빠진다. 

상대적 박탈감은 사회학적 개념으로 개인이 다른 집단이나 개인보다 경제적 상황이나 사회적 지위가 떨어진다고 느끼면서 오는 허탈감이나 상실감을 의미한다. 욜로문화, 겉으로 보여지는 것을 중시하는 체면문화, 모든것을 돈으로 해결하려는 물질만능주의, 내면의 가치를 무시한 외모중시 등은 현대인의 상대적 박탈감을 유발하는 주요인이다. 

전문가들은 욜로라이프를 제대로 즐기려면 먼저 미래에 대한 고민과 명확한 계획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최 교수는 “진정한 욜로는 현재에 충실하면서 동시에 미래도 준비하는 것”이라며 “욜로식 소비가 내가 진짜 행복해지려는 건지, 일시적인 행복이나 쾌락을 즐기려는 건지 따져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금융업계에선 100세시대를 대비하려면 욜로보다 ‘욜라(YOLA)’가 중요하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욜라는 ‘젊어서부터 가능한 일찍 연금 가입’(Young needs pension), ‘재무적 상황에 관계없이 지속적인 자산관리’(Ongoing wealth management), ‘금융 투자상품으로 성과 내기 위한 장기투자’(Long-term investment), ‘부동산에만 치우치지 않은 균형 잡힌 자산배분’(Asset allocation)의 앞글자를 딴 신조어다.

일각에선 이미 욜로 시대는 저물었고 극단적인 소비지양 및 저축을 의미하는 노머니(No Money)가 소비 트렌드가 됐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노머니는 양극화에 따른 소득 감소, 청년실업, 저성장 기조로 소비 능력이 위축되면서 생겨난 라이프 스타일이다. 예컨대 식사는 저렴한 구내식당에서 해결하고 한 끼 밥값에 맞먹는 커피는 사양한다. 

노머니는 최근 예능프로그램 ‘김생민의 영수증’이 인기를 끌면서 주목받기 시작했다. 김생민 씨는 시청자들이 보내온 영수증 내역을 보면서 과소비가 관찰되면 ’스투핏(어리석다)’, 저축했거나 지출을 최소화한 게 발견되면 ‘그뤠잇(잘했다)’을 외치며 시청자들에게 일종의 카타르시스를 선사했다. 다만 노머니도 꼭 필요한 소비마저 위축시켜 공동체의 경제성장에 악영향을 끼치는 이기주의적 소비라는 부정적인 시각도 존재한다.
 
  • 박정환 기자 md@mdfact.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