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 ‘꾸르륵’, 머리 ‘지끈’ … 변덕스러운 날씨에 봄앓이 극성
작성자 admin 등록일 2019.05.16 조회수 1,088


대학원생 최모 씨(27·여)는 한 달 전부터 특별히 잘못 먹은 것이 없는 데도 뱃속이 부글부글하고 더부룩한 느낌을 받고 있다. 소화불량과 아무 때나 찾아오는 화장실 신호 때문에 소화제와 지사제를 며칠째 복용했지만 별다른 효과가 없었다. 장 건강에 좋다는 각종 건강보조식품도 먹어봤지만 증상은 그대로였다.

봄철 갑작스러운 기온 변화와 큰 일교차로 김씨처럼 ‘봄앓이’를 하는 사람들이 많다. 감기나 알러지와 같은 호흡기질환만큼 날씨 변화에 예민한 부위가 바로 소화기계다. 환절기 스트레스는 흔히 피로감과 소화불량, 식욕부진 등의 위장장애를 동반한다. 소화기궤양이나 과민성대장증후군 등이 악화할 수 있다.

변덕스러운 봄 날씨에 적응하는 과정에서 우리 몸은 스트레스를 받는다. 긴장과 스트레스는 신체 장기에도 영향을 주는데 ‘과민성대장증후군’이 대표적 질환이다. 과민성대장증후군은 복통, 소화불량, 복부팽만감, 설사와 변비가 동반된다. 김선미 고대구로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과민성대장증후군은 식이요법 및 약물치료로 개선되는 질환”이라며 “다만 임의로 소화제나 지사제 등을 복용하기보다는 정확한 진단 후에 복용하는 것이 안전하다”고 설명했다.

과민성대장증후군의 자가진단 방법으로 △소화가 안 되고 가스가 차며 더부룩한 느낌 △스트레스를 받을 때 복통 △잦은 변비나 설사 △대변을 보고 난 뒤에도 개운하지 않은 느낌 △술과 매운 음식을 먹은 뒤 잦은 설사 △배에서 부글거리는 소리 증가 △날씨가 추우면 배가 아프고 차가운 느낌 △식후 배변의 짧은 간격 등이 있다. 이같은 증상이 주 3회 이상 있다면 병원을 찾아 진단을 받아보는 것이 좋다.

과민성대장증후군의 정확한 원인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다만 불안, 긴장, 피로, 스트레스 등이 관련 요인으로 꼽힌다. 예방을 위해서는 평소 스트레스를 조절하고 생활습관을 개선하는 게 중요하다.
증상이 완화되더라도 쉽게 재발하는 질환이다. 자극적인 음식과 술, 카페인, 고지방 식품과 우유 등을 섭취하는 것은 피하는 게 좋다. 쌀 위주의 규칙적인 식사를 하고 식이섬유가 풍부한 바나나, 토마토, 딸기 등 과일 및 채소류를 섭취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단 섬유질이 풍부한 식품을 한 번에 과다복용하면 오히려 뱃속에 가스가 많이 발생할 수 있으므로 양을 조절해야 한다.

발열을 동반한 배앓이라면 식중독을 의심해야 한다. 봄에는 식품 취급에 방심하기 쉬워 식중독에 이한 장염이 많이 발생할 수 있다. 여름 못지않게 식중독이 많이 발생하는 계절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2011년부터 2015년 사이에 발생한 식중독 환자는 여름(7~9월)에 37%, 봄(4~6월) 32%였다. 따라서 봄철 발열, 구토, 설사 등의 증상이 3일 이상 지속된다면 곧바로 병원을 찾아야 한다. 이를 방치하면 탈수 등 심각한 합병증이 발생할 수 있다.

식중독의 일차적인 치료는 구토나 설사로 인한 체내 수분 손실과 전해질 불균형을 수액공급을 통해 교정하는 것이다. 김선미 고대구로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식중독 환자는 탈수가 심하지 않다면 식사는 정상대로 하는 것이 좋다”며 “포도당이나 전해질이 포함된 물은 순수한 물에 비해 흡수가 더 빠르기 때문에 끓인 물에 설탕이나 소금을 타서 마시거나 시중의 이온음료를 마시는 것이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식중독 증상인 구토는 위장 내 독소를 체외로 배출하는 반응이고, 설사는 장내 독소를 씻어내는 반응이다. 때문에 설사 증상이 심하다고 지사제를 함부로 사용하면 장 속에 있는 독소나 세균 배출이 늦어 회복이 지연되고 경과가 나빠질 수 있다.

식중독 예방을 위해서는 식품 관리에 주의해야 한다. 육류는 완전히 익도록 가열해 조리하고 가능한 2시간 이내에 섭취할 것이 권장된다. 일부 강한 식중독균은 증식 속도가 빠르므로 한번 가열한 음식이라도 상온에 보관했다면 재가열 후 섭취하는 것이 좋다. 식품을 대량 보관할 경우 세균이 번식이 더 빠르다. 따라서 음식은 소량으로 나눠 보관하고, 남은 음식은 반드시 냉장 보관해야 한다. 손 씻기 등 개인 청결과 위생에도 신경 써야 한다.

김 교수는 “낮 기온이 더 오르기 시작하면 식중독과 장염에 주의해야 한다”며 “특히 소아의 경우 장염과 독감 증상이 비슷해 혼동하기 쉬우므로 콧물이 흐르는지 등의 여부를 세심하게 관찰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봄철엔 소화기계 질환만 나타나는 게 아니다. 변덕스러운 날씨와 알레르기질환 등으로 두통까지 동반될 수 있다. 꽃가루 알레르기로 인한 알레르기 비염과 코 막힘은 견디기 힘들 정도로 계속되는 재채기, 물처럼 흐르는 콧물을 동반한다. 이러한 증상은 두통을 악화시킬 수 있다. 해마다 반복되는 불편을 해소하려면 알레르기 비염과 코 막힘의 정확한 원인을 찾아 치료해야 한다.

계절성 알레르기 비염의 경우 증상 발생 1~2주 전에 치료하면 개선 효과가 뛰어나다. 축농증이나 코 변형도 두통을 악화시킬 수 있으니 조기 치료한다. 증상이 심하면 수술해야 할 수 있지만, 대부분 전문의 치료를 받고 생활습관을 개선하면 도움이 된다. 꽃가루가 심하면 날리면 외출을 가급적 자제하고, 부득이하게 밖으로 나가야 한다면 마스크나 선글라스를 착용한다.

영양보충으로 춘곤증 예방= 춘곤증은 질병이 아니라 일종의 생리적인 피로감인데, 긴장성 두통을 동반하기도 한다. 춘곤증을 이기는 방법을 습관화하면 두통도 함께 예방할 수 있다. 춘곤증을 피하려면 영양보충을 충분히 해야 한다. 봄나물을 포함해 음식을 편식하지 말고 골고루 먹는다. 무엇보다 비타민 섭취가 중요하다. 봄철에는 상대적으로 신진대사가 왕성해지면서 비타민 요구량이 증가한다. 신선한 채소와 과일을 많이 섭취하면 피로개선과 면역력 향상에 좋다. 비타민 B는 콩, 현미, 보리, 등 잡곡에 많이 들어 있다. 비타민 C는 냉이, 달래, 미나리, 도라지 등의 봄나물과 조리하지 않은 채소, 과일에 많이 함유돼 있다.

박정환 기자 superstar@health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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